‘늦깎이’ 김하윤(23·안산시청)이 한국 유도를 ‘노 골드’ 수렁에서 건져냈다. 태권도에서는 세계태권도연맹(WT) 랭킹 31위 박혜진(26·고양시청)이 금메달 반란을 일으켰다. 단체전 금메달만 2개였던 펜싱 여자 사브르의 윤지수(30·서울시청)는 개인전 첫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했다.
김하윤은 26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샤오산 린푸 체육관에서 열린 유도 여자 최중량인 78㎏ 이상급 결승에서 쉬스옌(중국)을 밭다리 후리기 절반으로 꺾고 우승했다. 한국 유도의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이다.
김하윤은 관중석을 가득 메운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경기 시작 후 43초 만에 상대 허를 찌르는 기술에 성공했다. 날렵하게 상대 옷깃을 잡아챈 뒤 특기인 다리 기술로 밭다리 후리기 절반을 얻었다.
1분 24초에 지도(반칙) 1개씩을 주고받은 김하윤은 흔들리지 않고 상대를 계속 압박했고 막판 상대의 누르기 시도를 잘 막아내며 버텨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하윤은 한국 유도 선수 최초로 아시안게임 여자 최중량급 우승 기록도 세웠다. 김하윤의 우승으로 한국 유도는 사상 첫 아시안게임 개인전 노 골드라는 불명예 기록을 피했다. 한국 유도는 이번 대회 개인전을 금 1, 은 2, 동메달 6개로 마무리했다. 금메달 수로는 역대 최소다.
중3 때 유도를 시작한 김하윤은 1년 만에 전국구 선수로 발돋움했고 지난해는 출전하는 국제 대회마다 메달을 수집했다. 국가대표 소집을 앞두고 왼 무릎을 다치는 최악의 상황을 맞기도 했지만 ‘기술의 유도’로 부상을 극복했다. 김하윤은 “중국 관중의 응원이 나를 향한 응원이라고 생각하면서 더 힘을 얻고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박혜진은 태권도 겨루기 여자 53㎏급 결승에서 대만의 린웨이준을 라운드 점수 2대1(7대6 7대9 12대9)로 꺾고 아시아 정상에 섰다. 자신보다 13㎝나 큰 180㎝의 장신을 밀어붙였다. 박혜진이 굵직한 국제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생애 처음이다. WT 랭킹은 31위. 지난해 11월 세계선수권 때도 8강에서 탈락했다. 이른바 ‘국내용’ 선수였다. 박혜진은 “국제 대회에 나가면 늘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래서 안 좋은 소리를 들어서 너무 힘들었다”며 “이제 그런 말을 듣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좋다”고 했다.
윤지수는 2014년 인천과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단체전 우승 멤버다. 서른 살에 개인전 첫 메달에 도전한 그는 여자 사브르 결승에서 사오야치(중국)를 15대 10으로 물리쳤다. 개인전 첫 번째 메달이 금메달이다. 윤지수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출신 ‘왕년의 에이스’ 윤학길 씨의 딸이다. 최근 국내 대회를 뛰다 무릎을 다쳐 고생했는데 마취 주사와 테이핑으로 버틴 끝에 한국 여자 사브르에 자신의 시대를 열었다.
수영 남자 자유형 1500m에서는 김우민(22·강원도청)이 은메달을 따냈다. 15분 01초 07로 개인 최고 기록을 썼지만 중국의 페이리웨이(14분 55초 47)를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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