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구속 위기에서 벗어났다. 검찰은 지난 2년간 ‘표적 수사’라는 반발을 무릅쓰고, 이 대표를 향한 전방위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수사에 실패하면서 ‘조작·기획수사’라는 민주당 측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 지금껏 수사에 대한 책임론에 직면하는 위기에 처한 셈이다. 게다가 법원의 첫 잠정 판단에서 판정패를 당함에 따라 남은 수사 동력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26일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를 거쳐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해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법원이 밝힌 기각 사유다. 다만 유 부장판사는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대표의 혐의 중 일부는 소명되거나 상당한 의심이 된다고 적시했다. 검찰이 대장동 개발 의혹 등으로 이 대표를 겨냥한 지 2년여 만에 나온 법원의 첫 판단이다.
이 대표와 검찰은 전날 오전10시 8분께부터 시작된 영장심사에서 9시간 20분 가량 공방을 벌였다. 이 대표 구속 여부를 사이에 둔 영장심사에서 양측은 첨예하게 충돌했다. 검찰은 26일 열린 영장심사에서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 혐의에 위증교사죄가 포함된 데다 과거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재직 시절 공무원들에게 진술 회유 시도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꼽았다. 특히 이 대표 측이 지난 7월 수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를 접견해, ‘이 대표에 불리한 진술을 번복해 달라’고 요구한 당시 녹음파일까지 재판부에 제시하는 등 증거 인멸 우려를 부각시켰으나 결국, 이 대표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벼랑 끝 위기에서 탈출했다. 이 대표 측은 영장심사에서 ‘이 대표가 오랜 단식으로 건강이 쇠약하고, 현직 제2야당 대표이자 유력 정치인으로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표도 여러 차례 직접 발언권을 얻어 검찰 주장을 반박했다.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혐의에 대해 궁금증을 표하면, 이 대표의 변호인이 답하고, 때때로 이 대표가 직접 보충 설명에 나섰다는 게 법정 내부의 전언이다. 이 대표 측 박균택 변호사는 이날 영장심사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재판장 질문에 대해 간단하게 답하는 정도로 했다. 말을 그렇게 많이 한 편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대표가 최후 진술에서 “한 푼의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 “성남시장이 된 이후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공적 개발을 추진한 이후 세상의 공적이 돼 버린 것 같다”고 밝힌 내용도 전했다.
그나마 법원이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됐다’거나 ‘피의자 주변 인물의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고 판단한 점은 향후 재판을 준비하는 검찰에 있어 위안거리다. 법원은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 ‘공사의 사업 참여 배제 부분은 피의자(이 대표)의 지위, 관련 결재 문건, 관련자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든다’고 봤다. 하지만 직접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피의자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쌍방울그룹 대북송금의혹에서도 핵심 관련자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진술 등을 봤을 때 공모 여부, 관여 정도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입장을 선회한 이 전 부지사 진술에 대해서는 이 대표 주변 인물들의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으나, 단정할 만한 자료는 부족하다고 봤다. 일부 혐의가 소명되거나 의심할 만한 정황은 있지만, 이 역시 피의자에 대한 방어권 보장보다 우선시 될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불구속 수사 원칙을 배제할 정도의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향후 있을 백현동 개발특혜·쌍방울그룹 불법대북송금 의혹 재판에서 이 대표와 검찰 측 사이 지리한 법리 다툼이 예견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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