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승룡에게 '무빙'은 강렬한 액션과 따듯한 감정으로 기억된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극본 강풀/연출 박인제)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의 아픈 비밀을 숨긴 채 살아온 부모들이 시대와 세대를 넘어 닥치는 거대한 위험에 함께 맞서는 초능력 액션 히어로물이다. 류승룡이 연기한 장주원은 재생 능력을 지니고 있는 인물로 과거 괴물로 불리다가 안기부에 블랙 요원으로 소속되면서 김두식(조인성)과 파트너로 일한다. 아내 지희(곽선영)가 죽은 이후 딸 희수(고윤정)를 홀로 키우며 살아간다. 그러던 중 초능력이 유전된다는 사실을 알고, 안기부에 발각되지 않기 위해 딸과 도망간다.
"원래 원작의 팬이었어요. 작품은 긴 호흡이고 서사가 있잖아요. 한 인물만 조명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인물이 나오고, 각 인물들의 서사가 그려져요. 그 안에서 협력도 이뤄지고요. 전 시리즈물의 '토지'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물론 우려도 있었죠. 요즘 16부작도 줄어드는 추세잖아요. 그런데 20부작이고, 1.5배속도 안 되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정석을 보여줘야 된다는 강풀 작가의 건강한 고집을 믿었습니다."
류승룡은 극중 20대 시절 장주원부터 40대까지 폭넓은 연령층을 직접 소화했다. 20대를 직접 연기한 그의 모습이 화제가 됐는데, 류승룡은 장주원의 모든 서사를 연기했기에 캐릭터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기 별로 캐릭터에 공감이 됐고, 이는 밀도 높은 연기로 그려졌다.
"처음에 20대는 다른 배우가 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저한테 맡겨주신다고 하더라고요. '류승룡 씨 20대 사진을 봤는데 충분하다'고 하셨죠. 덕분에 장주원의 마음을 더 알 수 있었어요. 그런데 비단 저뿐만 아니라 다른 캐릭터들도 섬세하게 잡아주신 것 같아요. 강풀 작가의 마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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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룡이 본 장주원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심성이 따뜻한 인물이다. 장주원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큰 변화를 맞는 인물인데, 초반에는 다치지 않는 몸을 이용해 조직 폭력배로 살고 뺑소니로 공갈 협박도 한다. 그러다가 삶의 길잡이가 되는 지희를 만나면서 위로를 받고 전혀 다른 삶을 산다. 가족을 위해 맞지 않는 와이셔츠, 구두, 넥타이를 메기도 하고, 다시 가족의 응우너을 받고 자신의 쓸모를 찾아 나선다. 장희수를 지키기 위해서는 일용직도 하고, 폐소공포증이 있는데도 탄광에 들어간다. 마지막에 아이가 공부할 수 있도록 정착하면서 선택한 게 치킨집 장사였다.
"사람들에게는 여러 가지 모습이 있잖아요. 장주원도 마찬가지죠. '무빙'에서 귀여운 모습, 뜨겁게 사랑하는 모습, 싸우는 모습 등이 잘 배치돼 있어요. 이것 또한 긴 서사라 가능한 일이에요. 장주원이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시대를 관통하는데, 저도 표현하면서 배우로서 행복했어요."
장주원에게 액션을 빼놓을 수 없다. 재생 능력을 지닌 그는 인간 병기로서 활약하고, 극 전반에 그의 액션신이 진하게 등장한다. 류승룡은 더 나이 들기 전에 원없이 액션을 할 수 있음에 감사했고, 안전하게 액션 촬영을 마치기 위해 수없이 연습했다.
"뭐 하나 꼽기 어려울 정도로 모든 액션이 힘들었어요. 프랭크(류승룡)와 액션신은 7과에 배치돼 있고, 마무리가 되는 액션이었어요. 남은 화가 기대되게 만드는 장치가 담긴 장면이라 힘들었죠. 두식과 함께 한 액션신은 날아가면서 떨어지잖아요. 액션뿐 아니라 호흡이 잘 맞는 파트너로서 두식과의 관계를 보여줘야 돼서 힘들었어요."
"장주원의 액션은 감정을 담고 있어요. 소중한 것을 지키는 마음 하나죠. 물론 지희를 만난 이후로요. 그 전까지는 건강한 몸뚱아리로 먹고 살기 위해서였다면, 이후에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액션이었습니다. 연기를 하는 액션이라 더 치열했고, 처절했으며 매력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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