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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가열되는 ‘조기경보기’ 2차 사업?…‘떠다니는 지휘소’ 누가 선택받나[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3년 지연…5월에 4대 추가 도입 결정

과도한 작전·잦은 고장으로 성능 저하

조기경보기 2차는 전량 국외구매 방식

미 보잉·스웨던 사브 유력한 경쟁 후보

지난 5월 25일 경기도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건군 75주년 및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해 실시한 ‘2023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에서 E-737 공중조기경보통제기가 상공에서 플레어를 발사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방일보




북한은 지난 3월 22일 함경남도 흥남 일대에서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순항미사일은 동서로 낮게 날아가는 탓에 한미의 탐지망에 잘 안 잡힌다. 다행히 우리 공군 조기경보통제기 E-737 ‘피스아이’에 포착됐다. 군 당국으로서는 감시 체계에 구멍이 생겼다는 언론의 질타를 피해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여지 없이 하루 뒤인 3월 23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의와 비판이 쏟아졌다.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신원식 의원은 피스아이의 활약을 치하하고 “현재 E-737 4대를 가지고 7시간 밖에 공중 체공이 안 되니까 24시간 (감시)하려면 8대를 해야 된다는 것에 대해 소요제기가 되어 있죠?”라고 물었다. 이종섭 국방장관이 “소요제기 되어 있습니다”라고 답하자, 신 의원은 “올해 계약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장관님 관심 가져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당부했다. 이에 이종섭 장관도 “알겠습니다”라며 호응했다.

3조 투입해 2031년까지 4대 추가 도입


그러나 두 달여가 지나도록 국방부에서 이를 추진한다는 소식은 감감무소식이었다. 신 의원과 이 장관의 대화처럼 조기경보통제기 4대 추가 구매 계약의 올해 체결하기는 힘들겠다는 전망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사실 2020년 6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 해외구매 의결 이후 3년 동안 제자리 걸음 중이다. 국방부가 계획대로 신속하게 움직였다면 현재는 기종 선정과 계약이 벌써 끝나 제작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방사청 계획대로라면 2021년 사업 공고와 항공기 평가, 2022년 기종 결정이 계획되는 것이 수순이다. 2023년 현재는 사업을 따낸 업체가 우리 공군 조기경보기를 한창 제작할 시점이다. 하지만 사업 공고도 아직도 안나오는 게 현실이다.

조기경보기 추가 도입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당장 기존 조기경보기 4대는 과도한 작전으로 잦은 고장과 성능저하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떠다니는 지휘소’라는 명칭과 달리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역을 탐지하기에는 기존 4대로 커버하기 힘들다는 점에 한계가 크다. 이런 까닭에 현재 조기경보기 감시 체계 역량으로는 몇 시간 뜨지 못하는데도 북한의 순항미사일을 탐지했다는 것은 상당히 운이 좋았다는 평가가 나와도 군 당국 입장에서는 할 말이 없는 지경이다.

공군 E-737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F-15K 전투기 편대가 초계비행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공군


그나마 다행히 2020년대 이후 멈춰선 한반도의 하늘을 감시하며 유사시 공중전을 지휘할 조기경보통제기를 추가 도입하기로 결정됐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5월 25일 제154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개최, 조기경보통제기 4대를 3조900억원을 들여 2031년까지 도입하는 항공통제기 2차 사업 구매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공중조기경보통제기 2차 사업은 적의 공중 위협에 대비해 24시간 공중 감시 능력을 구비하기 위해 항공 통제기를 추가 확보하는 사업이다. 이번에도 전량 국외 구매로 도입된다.

국외구매 방식은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대외군사판매(FMS)와 일반 상업판매(DCS)가 모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방위사업청은 사업 참여 희망 업체를 대상으로 올해 안에 예비 사업설명회와 사업설명회를 열어 관련 정보를 제공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례적 ‘예비 사업설명회’ 통해 정보 제공


방사청의 행보에 대해 방산업계에서는 이례적 행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전에 없던 예비 사업설명회 개최되기 때문이다. 방사청은 사업 참여 업체간 정보 불균형을 최대한 해소하는 동시에 사업 진행의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한다. 이에 방사청은 예비 및 본 사업설명회 거쳐 올해 안에 제안요청서(RFP)를 업체에 발송하는 등 사업 관련 절차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다만 변수는 현 정부는 국가안보실 주도의 방산 수출을 추진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상황에서 최근 정치적 변수로 내년으로 연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공군이 운용 중인 E-737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피스아이’가 정찰임무 수행을 위해 비행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공군


군과 방산업계에선 조기경보기 2차 사업 후보 기종으로 기존 미국 보잉의 E-737 개량형 ‘E-7A’ 외에 스웨덴 사브(SAAB)의 ‘글로벌아이’(Global eye), 이스라엘 IAI사의 ‘ELW-2085 CAEW’(Conformal Airborne Early Warning & Control) 뿐만 아니라 미국 L3해리스의 미 육군 최신 정찰기 ‘ARES’ 등을 꼽으며 4파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잉이 제시할 E-7A는 한국 공군이 4대를 운용 중인 E-737의 발전형 모델이다. E-7A는 E-737처럼 보잉 737 여객기에 노스롭그루먼 다목적 전자주사(MESA) 레이더를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미 공군 E-3의 원형 레이더가 360도 탐지를 위해 레이더를 회전하는데 10초가 소요된다. 과거에는 이런 회전식 탐색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극초음속 비행체가 등장하는 최근 상황에서는 엄청난 감시 공백이 발생할 가능이 높다. 게다가 시스템 자체의 노후도 심각해 개량해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E-7A는 최신 기술로 이를 대폭 단축해 탐지능력을 대폭 높였다.

2차 사업, 보잉·사브· IAI·L3해리스 ‘4파전’


또 E-7A는 최신 기술을 사용한 덕분에 E-3보다 훨씬 적은 인원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미 공군에 의하면 E-3는 4명의 비행 승무원과 13~19명의 임무 담당관이 필요하지만, E-7A는 3명의 비행 승무원과 10개의 임무 콘솔에 배정되는 인원만으로 효율적 운용이 가능하다.

이에 미 공군은 2022년 4월 E-3를 E-7A로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2월에는 보잉과 E-7A 개발 계약을 체결, 시제품 2대를 확보할 예정이다. 이후 2030년대까지 20여 대를 도입할 전망이다.

미 공군은 2025 회계연도에 생산을 시작하고, 2027 회계연도에 첫 기체를 배치할 계획이다. 2032 회계연도까지 24대를 추가로 도입해 총 26대를 운용할 예정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우리 군이 1차 사업 당시 상업구매로 E-737 4대를 구매했던 것과 달리 2차 사업에선 FMS 방식에 의한 도입이 이뤄진다. 따라서 미 공군과 더불어 영국도 E-7A 도입을 진행하고 있어 가격 인하 효과가 작지 않아 한국도 상당한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군 공중조기경보통제기 2차사업 후보 중 하나로 스웨덴 사브사가 만든 차세대 조기경보기 ‘글로벌 아이’. 사진 제공=사브사


후발 주자 가운데 보잉과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사브로 실제로 매우 적극적이다. 글로벌아이를 제안하며 물밑에서 수주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18년 공개된 글로벌아이는 봉바르디에의 글로벌6500 비즈니스 제트기에 에리아이-ER 레이더를 장착한 형태다. 공중 600㎞, 해상 400㎞, 지상 200㎞ 이상의 거리에서 수천 개의 목표물을 탐지·분류·추적해 정보를 제공하는 게 가능하다.



보잉 737보다 작은 비즈니스 제트기지만 상당한 수준의 항속거리를 갖고 있어 오랜 시간 체공할 수 있다. 유지비도 보잉 737보다 저렴하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스웨덴이 구매했고 폴란드도 도입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브는 글로벌아이에 대해 가장 많이 거론된 약점인 정찰 범위 제약을 개선해 한국군의 요구를 충족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존 레이더 외에 기체 전·후방에 레이더를 추가해 모든 범위에서의 정찰을 가능토록 한다는 구상이다. 봄바디어 글로벌 6500 비즈니스 제트기를 기반으로 해 11시간 이상의 긴 임무체공 시간과 장거리 레이더 탐지능력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신형 에리아이 탐지거리 연장 레이더를 장착해 상시 탐색 상황에서 650㎞, 집중 감시 임무에서는 750㎞까지 탐지가 가능하다고 한다.

수천 개 목표물 탐지·분류·추적 정보 제공


사브사 관계자는 “육해공 모든 영역에서 이러한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된 최초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우리 군에 기술지원과 산업협력, 절충교역 등도 이행할 뜻을 비추고 있다.

이스라엘 IAI사는 CAEW 경우 걸프스트림 G550 비즈니스 제트기를 기반으로 질화갈륨(GaN) 기술을 이용한 최신 AESA레이더와 첨단 센서 및 정보 체계를 장착한 첨단 조기경보기라고 강조하고 있다. 공중은 물론 해상 위협에 대해서도 높은 고도에서 긴 항속거리로 360도 전방위 감시기능이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는것이다. 이스라엘 IAI사는 우리나라에 그린파인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 등 다양한 무기를 수출한 경험이 있다.

L3해리스(Harris)는 지난해 봉바르디에의 글로벌 6500에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의 레이더를 탑재한 모델을 제안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대한항공가 우리 군의 항공통제기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방산업계에서는 항공통제기 2차 사업에서 참여 업체간 경쟁, 특히 가격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두 후보인 보잉은 비용을 낮추고 있고, 사브는 한국군 요구사항 충족을 위한 추가적인 조치에 비용이 다소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양측간 가격 격차가 생각보다 좁혀져 비슷한 가격대에서 경쟁을 진행될 수 있다. 이는 미세한 가격 차이로 수주의 당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방사청 관계자는 “이번 조기경보기 2차 사업 과정에서는 국익에 부합하는 방식의 경쟁을 통해 성능·가격 등 작전요구성능을 충족하는 기종을 구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미 공군 마크를 단 ‘E-7A’ 컴퓨터 그래픽. 사진=미 국방부 시각 정보 배포 서비스


다만 사브는 작전요구성능(ROC· Required Operational Capability)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고, L3해리스는 제작 실적이 전혀 없다는 점은 변수 요인이다. 공군은 360도 감시정찰을 원하는데 사브의 글로벌아이는 이를 충족하지 못한다. 이스라엘 IAI는 360도 감시는 가능하나 탐지거리가 다소 짧고 공중급유 기능이 없다는 평가다.

방산업계에선 총사업비 규모도 주요 관심사라고 평가한다. 방사청의 전력증강사업에선 사업 참여 후보 무기 중 가격이 가장 높다고 평가되는 장비의 값에 맞춰 총사업비를 산정하는 경우가 관행적으로 이어져 왔다. 이를 통해 기획재정부와의 협의 소요를 줄이고, 사업 참여 후보군을 확대해 경쟁입찰 체제 강화를 꾀하게 방식으로 이뤄졌다.

결론적으로 이 같은 기조를 항공통제기 2차 사업 진행과정에 적용하면, 대략적인 상황과 향후 전망을 짐작할 수 있다. 사업 참여 후보 업체들이 2022년 5월 군에 제출한 초기 견적에 따르면, 기체 크기가 가장 큰 보잉은 4조3000억 원, 비즈니스 제트기를 쓰는 사브는 2조5640억 원, L3해리스는 3조524억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플랫폼 제작사인 미국 걸프스트림과의 가격협상 문제로 견적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졋다. 이에 조기경보기 총사업비가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2021년 상반기에 E-737 4대 가격으로 4조 3000억 원의 견적을 군 당국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 방추위를 통과한 총사업비는 3조900억원. 방산업계 예상보다 훨씬 낮았다. 보잉이 비용 절감에 상당히 노력했다는 평가와 방위사업청이 사업 참여 업체에 가격 인하를 강하게 주문할 것이라는 전망이 함께 나오는 대목이다.

상시 650㎞·집중 감시 750㎞ 밖 탐지


하늘에서 싸우는 전투기는 강력한 화력을 지녔다. 반면 레이더의 탐지거리가 상대적으로 짧다. 공중조기경보통제기(AEW&C)는 전투기보다 멀리 보고 넓은 공간에 걸쳐 아군 기체들을 지휘하고 통제한다. 그래서 영공을 지키는 공군의 ‘눈’ 역할을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공군은 피스아이(E-737)로 불리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 도입해 2011년부터 4대를 운용 중이다. 공중조기경보통제기는 비행기에 레이더를 탑재해 한반도 상공을 날며 지상·공중·해상 상황을 살피고, 주요 대상에 대한 탐지 및 추적과 함께 실시간 관제를 통해 지휘 통제 임무를 수행하는 비행기다. 우리 공군 전력의 핵심이다.

2006년 11월 미국 보잉의 E-737 피스아이(Peace Eye)를 대당 4억달러(약 4500억 원)에 도입하기로 계약을 체결하고 2011~2012년 인수했다.

B-737에 채택한 레이더 등 항공전자장비를 탑재한 E-737은 최대 10시간을 비행한다. 상부에 막대기 모양의 레이더를 장착해 360도 전방위 탐색과 특정지역 집중감시능력을 동시에 발휘할 수 있는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3000여개 표적을 동시에 추적하고, 상시에는 650㎞, 집중 감시에는 최대 750㎞ 떨어진 곳에 있는 항공기나 탄도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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