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율이 20%에도 못 미친다고 알려진 420g의 초극소 미숙아가 의료진의 극진한 돌봄 끝에 3.5kg의 건강한 모습으로 자라 퇴원했다.
아주대병원은 올해 4월 응급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가 생후 175일 만에 입원치료를 마치고 최근 건강하게 퇴원했다고 4일 밝혔다.
산모 김씨가 극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응급실로 이송된 건 지난 4월 5일. 당시 쌍둥이를 임신 중이었던 김씨는 당일 오전부터 복통이 있어 다니던 산부인과를 찾았다. 출산 예정일이 6개월이나 남은 시기였으나 진료결과 자궁 경부가 열리는 등 출산이 임박한 것으로 확인돼 급히 아주대병원으로 옮겨졌다. 고위험 산모를 담당하고 있는 산부인과 의료진이 초음파검사를 시행한 결과 첫째 태아는 양수 과다증이, 둘째 태아는 자궁의 뒤편에 있고 양수 과소증이 있어 쌍태아간 수혈증후군으로 의심됐다.
쌍태아간 수혈증후군은 태반을 공유하는 다태아에게 가는 혈류량에 차이가 나 생기는 질환이다. 엄마가 아닌 태아 한 명이 다른 한 명에게 혈액과 영양분을 공급하는데, 두 태아 모두 위험할 수 있다. 수혈을 받는 태아는 과도한 혈액이 유입되고, 수혈을 하는 태아는 혈액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산부인과 의료진은 응급처치와 치료에도 불구하고 아기가 계속 나오려고 하자 하는 수 없이 응급 분만을 진행했다. 산모에게 진통이 시작된지 꼬박 하루가 지난 6일 첫째가 태어났다. 22주 2일 만에 태어난 아기는 체중이 420g에 불과했다. 출생 시 체중이 500g 미만인 신생아의 생존율은 20%에 그친다고 알려졌다. 더욱 안타까운 건 둘째는 사산된 상태로 분만됐다는 점이다.
의료진은 첫째 아기를 즉각 신생아집중치료실로 옮겨 인공호흡기, 보육기 등의 집중치료를 시행했다. 남들보다 6개월 가량 일찍 세상 밖으로 나오느라 엄마 뱃속에서 충분히 성장하지 못하고 혈관이 미성숙하다 보니 약물 투약을 위한 정맥로를 확보하기조차 매우 어려웠다. 아기는 박문성 교수를 중심으로 이장훈·최서희·서융아 교수 등 신생아집중치료실 의료진과 숙련된 간호사들과의 협업 덕분에 어려운 순간들을 무사히 이겨낼 수 있었다.
임신주수를 채우지 못한 이른둥이(미숙아)들은 태내에서 대동맥과 폐동맥 사이를 연결해주는 동맥관이라는 혈관이 출생 후에도 닫히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아주대병원은 생후 43일째 심장혈관흉부외과와의 협업을 통해 동맥관 결찰술을 시행했다. 수유 진행이 어려웠던 상황이었으나 어머니가 적극적으로 모유를 제공하면서 생후 79일째에는 경관(입줄) 수유도 진행할 수 있었다. 생후 106일째에는 미숙아 망막증에 대한 레이저 수술도 이뤄졌다. 미숙아 망막증은 출생 시 망막의 혈관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미숙아에게 출생 후 혈관형성 과정에 장애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망막의 혈관형성부위와 혈관무형성 부위의 경계에서 비정상적인 섬유혈관증식이 발생하는데, 더욱 진행하면 망막이 박리되어 실명을 초래할 수 있다.
작은 몸으로 두 차례 수술을 이겨낸 아기는 경구 수유와 산소 치료를 마치고 지난달 27일 건강한 모습으로 부모님 품에 안겨 퇴원했다. 생후 175일째가 된 아기의 체중은 3.5㎏이었다.
주치의인 최서희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420g의 태아는 초미숙아로 신생아집중치료실 의료진 뿐 아니라 소아안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소아외과 등의 소아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의 긴밀한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아기가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도록 애써 주신 의료진 그리고 중간에 위기가 있었지만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아기를 돌본 부모님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아주대병원은 개원 이후 줄곧 신생아집중치료실을 운영 중이다. 지난 2013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신생아집중치료 지역센터로 선정된 데 이어 2021년 2월에는 보건복지부 지정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를 개소했다. 이후 고위험 산모 집중치료실과 신생아 집중치료 병상, 산모 태아 수술실, 신생아 소생술, 분만실 등을 갖추고 경기 남부권역에서 발생하는 고위험 산모 및 신생아의 집중치료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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