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양궁에 혼성 단체전이 도입된 것은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대회였다. 당연히 한국이 우승 후보 1순위였으나 8강에서 몽골에 1대5로 충격패했다. 당시 멤버가 이우석(26·코오롱)과 장혜진이었다.
이우석이 5년 전 아픔을 중국 항저우의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 양궁장에서 금빛 환희로 바꿨다. 그는 임시현(21·한국체대)과 함께 나선 4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혼성전 결승에서 일본의 후루카와 다카하루, 노다 사쓰키를 세트 점수 6대0(38대37 37대35 39대35)으로 완파하고 우승했다. 자카르타에서 혼성전 우승을 한 나라가 바로 일본이고 후루카와는 당시 우승 멤버다.
2018년 대회 때 남자 개인·단체전에서 은메달 2개를 땄던 이우석은 생애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2020 도쿄 올림픽 선발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도 코로나19로 대회가 연기되면서 올림픽 출전이 불발됐던 아픔 또한 어느 정도 씻었다. 이번 대회도 1년 연기돼 다시 선발전을 치러야 했으나 태극마크를 놓치지 않은 이우석이다. 그는 6일 남자 단체전에서 2관왕에 도전한다.
임시현은 올해 처음 국가대표로 선발된 여자 대표팀의 ‘막내 에이스’다. 대표로 뽑히지 못했다가 이번 대회가 1년 미뤄지면서 다시 기회를 얻었고 당당히 1위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코로나19에 울고 웃었던 이우석과 임시현이 손잡고 해피엔딩을 이뤄낸 것이다.
임시현은 이미 결승에 올라 있는 여자 개인전(7일), 그리고 여자 단체전(6일)도 남아 있어 다관왕이 기대된다. 여자 개인전 결승에는 안산(광주여대)이 진출해 있어 한국은 금·은메달을 하나씩 예약한 상황이다.
도르래가 달린 기계식 활을 사용하는 컴파운드 양궁의 혼성에서는 주재훈(한국수력원자력)과 소채원(현대모비스)이 결승에서 인도의 오야스 프라빈 데오탈레, 조티 수레카 벤남에게 158대159, 1점 차로 져 은메달을 땄다.
한국이 세계 최강인 리커브와 달리 컴파운드는 각국 기량이 평준화한 종목이다. 그래서 더 귀중한 은메달이다. 특히 주재훈은 전문 선수가 아닌 양궁 동호인 출신이다. 대학생이던 2016년 동호회에 가입하면서 활을 잡았다. 본업은 한국수력원자력 청원경찰. 퇴근 후에 2~3시간씩 훈련하고 틈틈이 유튜브로 외국 선수들의 자세와 장비 튜닝법 등을 배웠다.
5수 끝에 올해 태극마크를 단 주재훈은 선수촌 생활과 아시안게임 출전을 위해 직장에 1년 휴직계를 내야 했다. 경기 후 1년치 연봉과 맞바꾼 메달 아니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주재훈은 “그런 셈이다. 하지만 결코 후회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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