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인공지능(AI)을 대거 적용한 신형 스마트폰 ‘픽셀8’ 시리즈를 공개했다. 통화, 카메라 등 스마트폰 기본 기능에 AI를 더했을 뿐 아니라 기존 음성비서 구글 어시스턴트에 생성형 AI ‘바드’를 더해 활용도를 더욱 높이겠다는 전략도 제시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진영 ‘표준 기기’인 픽셀에 AI 도입이 가속화하며 애플 아이폰과의 AI 스마트폰 대전 또한 격화할 전망이다.
4일(현지 시간) 구글은 뉴욕에서 '메이드 바이 구글(Made by Google)’ 행사를 열고 최신 스마트폰 픽셀8 시리즈를 공개했다. 카메라와 디스플레이가 개선됐고, 가격은 픽셀8 프로 기준 999달러로 100달러 인상됐다. 또 삼성전자 엑시노스2300 기반으로 AI 성능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진 ‘텐서 G3’ 모바일AP를 탑재했다.
텐서 G3 칩셋은 기기 전반의 AI 활용성을 극대화한다. 여러장의 사진을 찍은 후 인물 각각의 얼굴을 수정해 모든 사람이 잘 나온 한 장의 사진을 만들 수 있는 ‘베스트 테이크’, 사진에서 원하지 않는 부분을 지워주는 ‘마법 지우개’, 다양한 피부 색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리얼 톤’ 기능 등이 새로 도입되거나 개선됐다. 동영상에서는 원하지 않는 소리를 지울 수 있고, 무선이어폰 픽셀 버즈 프로와 함께 사용하면 AI 노이즈 제거도 지원한다. 또 전화를 받을 수 없을 때는 AI가 사용자 목소리를 자연스럽게 모사해 간단한 응대도 가능하다.
음성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는 생성형 AI와 한 몸이 돼 '어시스턴트 위드 바드'가 된다. 음성은 물론 문서와 이미지를 통해 대화할 수 있고, 스마트폰과 지메일, 구글 닥스 등 앱과 연계해 정보를 찾아 알아서 여행 계획을 짜 주거나 이메일을 요약 정리하고 쇼핑 목록을 작성하는 등의 활용이 가능하다. 구글은 어시스턴트 위드 바드를 일부 사용자들과 함께 시험한 뒤 수개월 내에 일반 적용할 계획이다. 시시 샤오 구글 부사장은 “생성형 AI로 보다 직관적이고 지능적이며 개인화된 디지털 비서를 구축해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IT업계에서는 구글이 AI와 스마트폰 통합에 나서며 스마트폰 시장 판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알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아이폰을 디자인한 전설적인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와 손잡고 AI에 최적화한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폰 개발에 나서고 있다. AI와 스마트폰의 결합이 이전에 없던 모습의 모바일 기기의 탄생을 부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애플은 음성비서 ‘시리’를 스마트폰에 최초 도입했으나 최근 생성형 AI 경쟁에서는 한 발 떨어져 있다. 이에 안드로이드 OS 개발사이자 생성형 AI 바드를 보유했으며 스마트폰 픽셀 시리즈까지 자체 제작하는 구글이 ‘AI 스마트폰’ 시장 선점에 나선 셈이다.
구글의 행보는 자체 생성형 AI가 없는 삼성전자에게 기회요소가 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진영 대표주자로 구글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시장분석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올 2분기 픽셀의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은 3%에 불과해 애플 아이폰의 55%와 격차가 크다. 구글 또한 픽셀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보다는 픽셀이 안드로이드 ‘표준’ 역할을 수행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구글 어시스턴트 위드 바드를 넘어서 삼성 빅스비 위드 바드가 탄생할 수도 있는 셈”이라며 “구글이 선제적으로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AI를 적용하면 삼성전자도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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