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지혜에 10배에 달하는 ‘범용인공지능’이 10년 내에 실현될 것입니다.” 최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은 인공지능(AI)의 미래에 대해 이같이 언급했다. 일본 최대의 IT 기업의 수장을 맡고 있는 손 회장이 단언할 만큼 AI는 우리 사회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류가 지금의 문명을 이룩하기에는 수 만 년이 걸렸지만, AI의 진화 속도는 창조자인 인류를 아득히 뛰어넘는다. AI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바둑 기사 이세돌이 승리해 화제를 모은 것이 7년 전이다. 불과 수 년 만에 올해는 ‘챗 GPT’가 산업을 넘어 보편적인 인류의 삶에서 쓰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과제를 수행할 때도, 그림을 그릴 때도 우리는 이제 일상적으로 AI의 힘을 빌리고 있다. 모방하는 것만이 아닌 생성하고 답을 찾는 AI의 장이 열린 것이다.
이토록 빠른 발전의 틈바구니에서 책 ‘2024 AI 트렌드’는 국내 최고 AI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AI의 미래를 예측한다. 책이 가정하는 10년 후의 인류는 10년 전과는 전혀 다른 일상을 살아간다. 그리고 2024년은 달라진 미래와 지나간 과거의 중간에서 기술 발전의 교두보가 될 해다. AI는 이전보다 더욱 발전한 기술로 첨단 IT 분야 외에도 다방면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책은 지식 기반의 산업이 주를 이루던 AI가 감정적인 측면에서도 인류를 좇아갈 예정이라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인간과 소통할 수 있는 가상 캐릭터 ‘AI 페르소나’를 통해 세상을 떠난 사람을 다시 불러오는 등 감정적인 파동을 일으킬 것이라는 설명이다. 예술 작품에서 생성형 AI의 활약도 돋보인다. 갈수록 정교해지는 생성형 AI는 빠른 학습을 통해 인류가 창작물에 기대하는 모든 요건을 낱낱이 갖추게 될 가능성이 있다.
기술의 진보에는 양면성이 따른다. 책은 사무직과 소프트웨어 개발직이 AI를 통해 보다 편리한 작업 환경에 놓일 것이라고 예측하지만, 부정적인 측면을 지워내지 않는다. AI가 데이터셋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침해하는 저작권 문제 등은 아직도 첨예한 갈등을 낳는 소재이자 뚜렷한 답을 도출하지 못한 문제이기도 하다. 기후 위기를 두고는 흔히 ‘정의로운 전환’이 언급되곤 한다. 책에서도 노동 취약 계층 지원을 위한 ‘인공지능세’ 도입이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딥앤와이랩스의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사회는 아직 AI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을 덧붙인다. 제조, 물류, 교통, 보안 등 전 분야에 걸쳐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기업과 매 순간 변천하는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개인은 책을 통해 미래를 향한 스케치를 그릴 수 있다. AI 담론을 이끌어 가야 할 리더 또한 현실에 대해 귀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다.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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