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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대신 경사로…공장도 '시니어 친화형' 변신

[에이징 소사이어티 일본을 가다]

◆ '60세 이상만 고용 실험' 가토제작소

고질적 인력난에 고령자 적극 채용

유연근무 보장 등 맞춤형 환경 조성

인건비 줄이고도 생산성은 향상

가토제작소 공장에서 근무 중인 고령자 직원. 나카쓰가와=임진혁 기자




일본 나고야 주부국제공항에서 차로 1시간 30분 거리의 나카쓰가와시(市)에 자리한 금속 가공 업체 ‘가토제작소’.

겉보기에는 한국의 공장과 다를 바 없었지만 공장 안으로 들어서니 생경한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쿵, 쿵’ 하는 프레스 충격음 사이로 모자를 쓴 백발의 어르신과 앳된 모습의 청년이 나란히 기계를 돌리고 있었던 것.

고자카이 다케오(62) 공장장은 “전체 직원 90명 가운데 40명이 60세 이상으로 금형 제작부터 생산과 포장 전(全) 과정에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그 역시 환갑을 넘겼지만 공장 곳곳에서 70대 직원 여럿과 마주치고 나니 오히려 젊게 느껴질 정도였다.

가토제작소는 20년 전 ‘60세 이상만 고용한다’는 구인 광고로 일본은 물론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회사다. 가토제작소는 고령화에 인력 유출이 심한 지방 중소도시에 자리해 일손을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 고령자 채용이라는 전례 없는 실험은 사실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고령자 채용은 숱한 과제를 낳았다. 눈이 침침한 고령자들의 실수를 줄이기 위해 더 밝은 조명을 갖춰야 했고 낙상 사고 예방을 위해 계단을 경사로로 바꾸는 공사가 뒤따랐다.



화장실 바닥 물기 제거도 중요한 점검 항목이었다. 운전해서 출퇴근하는 직원들에게는 안전 교육을 제공하고 작업대의 높이를 조절해 허리가 좋지 않은 고령자 직원의 어려움을 최소화했다. 60~70대가 80~90대 부모를 돌보는 게 일반적인 일본 사회의 특성을 고려해 근로자들의 유연 근무도 적극적으로 보장했다. 고령자 직원만을 위한 별도 직무는 없었지만 되도록 단순·단일한 작업을 부여했다. 책임자는 정년 이전의 젊은 직원들이 맡고 고령자는 지시를 따르도록 했다. 가토 게이지(사진) 가토제작소 대표는 “환경 개선에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갔지만 고령자에게 좋은 환경은 일반 직원에게도 안전하고 편리한 만큼 투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가토 게이지 가토제작소 대표. 임진혁 기자


결과는 놀라웠다. 파트타임이고 비교적 단순한 업무를 맡기는 고령 근로자의 특성상 일반 직원보다 적은 인건비를 들였지만 생산성은 결코 뒤떨어지지 않았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가토제작소의 구인난은 여전하다. 지방 중소도시에 있다 보니 젊은 층은 통 오지 않는다. 최근 필리핀 등지에서 온 외국인 직원들도 여럿 채용했지만 고령자 직원들을 대체하기는 어렵다. 가토 대표는 “외국인 근로자는 젊지만 언어의 장벽을 무시하기 어렵고 거주비와 소개료 등을 고려할 때 비용 면에서도 뚜렷하게 낫다고 보기 어렵다”며 고령자 직원들을 더 높게 평가했다.

나카쓰가와=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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