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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中企선 팔순 용접공 맹활약…성과 따라 임금 더 받는다

[에이징 소사이어티 일본을 가다]

<상> 新노동계층의 출현

34명 규모 소기업 요코비키셔터

직원 절반 이상이 6080실버세대

정년 상관없이 원하는 만큼 근무

日, 각종 보조금으로 부담 줄여

기업 70%가 '계속고용제' 적용

나머지 30%는 자발적 연장·폐지


우리나라가 일본을 확실히 앞선 것 중 하나는 ‘고령화 속도’다. 일본이 고령화사회(65세 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7% 이상)로부터 초고령사회(20% 이상)에 접어들기까지 35년이 걸린 반면 우리나라는 2000년부터 2025년까지 25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저출산과 결합된 빠른 고령화, 이에 따른 저성장 우려 등 두 나라의 고령화 양상은 비슷하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면 일본은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고령층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함으로써 관련 산업과 시장까지 육성해왔다는 것이다. 은퇴 연령층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1위(40%)를 기록하는 등 고령자의 소득 수준이 낮아 관련 산업·시장이 제대로 시작조차 하지 못한 우리나라와는 서 있는 지점이 다른 셈이다.

요코비키에 근무하는 와타나베 요시오(79) 씨가 용접 작업을 하고 있다. 도쿄=유주희 기자






12일 방문한 도쿄 아다치구의 ‘요코비키셔터’. 전체 종업원 34명의 작은 회사지만 남다른 점이 눈에 띈다. 60~80대 직원의 비중이 무려 절반 이상이라는 점이다. 60대는 9명, 70대가 7명, 80대도 2명이다. 이치카와 신지로 요코비키셔터 대표이사는 “현재 최고령 직원은 81세지만 2년 전에는 94세의 현역 정직원이 돌아가시기 이틀 전까지 근무했다”며 “우리 회사의 정년은 70세지만 원하면 얼마든지 더 근무할 수 있고 성과에 따라 이전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은 60세, 65세까지는 ‘아주 젊은 현역’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고령자 고용의 장단점을 묻자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젊은 사원들의 임금을 올리는 것보다 고령자 임금을 올려주는 쪽이 더 가성비가 좋다”는 답이 돌아왔다. 월급이 늘어난 고령 직원들을 목격한 젊은 직원들도 오래, 성실하게 근무할 동기를 얻고 결과적으로 회사 전체의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일본 전역에서 점점 흔해지고 있다. 요코하마에 본사를 둔 가전제품 판매사 ‘노지마’에서도 노익장 사례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 회사 전 직원(8700여 명)의 평균연령은 약 30세로 젊지만 65세 이상 직원이 70명을 넘고 이 가운데 3명은 팔순이 지났다. 후카와 아쓰코 노지마 홍보 담당자는 “시니어 직원들은 모두 매장에 배치돼 (다른 직원처럼) 똑같은 월급을 받고 일한다”며 “제품 지식도 풍부하고 고령자 고객들이 더 편하게 생각해 단골도 많다”고 설명했다.

노지마의 한 고령 직원이 손님에게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노지마


이러한 인식이 하루아침에 자리 잡은 것은 아니다. 일본 기업들도 고령자 고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기까지는 수십 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1970년대부터 논의가 시작된 60세 이상 정년 의무화는 1998년에야 시행될 수 있었다. 이 기간에 일본 정부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민간이 자율적으로 정년 연장을 추진할 수 있도록 뒷받침했다. 개별 기업에 대한 지도는 물론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할 정년연장장려금과 고령자고용장려금·계속고용장려금 등의 각종 보조금 제도가 실시됐다.

일본 기업 역시 다양한 인사관리로 60세 정년제 도입에 따른 충격을 완화했다. 임금과 퇴직금 체계 개선을 위한 노력과 함께 계속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근무연장제와 직급정년제 등이 실시됐다. 이런 노력의 결과 60세 정년이 법적으로 의무화되기 이전에 대부분의 일본 기업에서 이미 60세 정년제가 도입됐다. 또 노사가 공동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제도화하자 60세 정년 도입에 따른 노사 갈등 또한 크지 않았다.



2013년 4월부터는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65세까지 고용 의무화가 적용됐다. 법적 정년인 60세가 지나서도 일하려는 직원은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99.9%의 일본 기업이 65세까지 고용 의무화를 따르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는 기업이 상황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옵션도 제공한다. 그 결과 일본 기업의 약 70%가 ‘계속고용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계속고용은 기업이 정년을 맞은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지만 임금 등 근로조건은 정년 전보다 열악해질 수 있는 제도다.

주목할 대목은 나머지 30%의 기업은 자발적으로 ‘정년 연장이나 폐지’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임금 등의 대우를 현행대로 유지하면서 계속고용하기로 한 대표 기업으로는 혼다가 있다. 과거 계속고용을 택했던 혼다는 계속고용 근로자들의 낮은 근로 의욕과 생산성을 타개하기 위해 2017년 정년 연장으로 돌아섰다. 돈을 더 주고 그만큼 더 많은 생산성을 얻겠다는 취지다.

계속고용이든 정년 폐지든, 법적 정년조차 실제로 지키지 못하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우리나라도 2016년부터 정년 60세가 법제화됐지만 지난해 5월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실제 퇴직 연령은 49.3세로 법적 정년과 10년 이상 차이가 난다. 또 중소기업은 정년제를 운영하지 않는 사업장이 80%에 근접해 제도와 현실에 상당한 괴리가 있다.

이영민 숙명여대 교수는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고령자 고용을 늘리려면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에서 새로운 인적자원으로 고령자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 기업의 인사·노무 관행을 혁신하고 세대 간 공존과 상생을 유도할 통합형 인사관리를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 기업의 사례들을 폭넓게 연구해 한국의 고령자 고용정책을 다시 한 번 업그레이드할 시점”이라고 짚었다.

도쿄=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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