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예산은 2013년 23조5,000억 원에서 10년 만에 두 배로 불어날 정도로 빠르게 팽창해왔다.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면서도 지출을 늘려왔지만 고령화와 저성장이 맞물린 앞으로는 세입 여건이 녹록하지 않을 수 밖에 없다. 내년의 경우 국세수입이 줄면서 이에 연동되는 지방교부세는 올해 보다 11% 줄어 지자체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여기에 부동산시장 회복 둔화로 취득세 등 자체 수입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서울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1년 이후 13년 만에 예산을 감축하는 이유다.
각 지자체들이 앞다퉈 재정 군살빼기에 돌입했지만 정작 벌려놓은 사업들을 줄이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19일 서울경제가 ‘2021회계연도 지방재정연감 결산’ 보고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69개 자치구의 세출 대비 사회복지비 비중은 평균 55%에 달한다. 절반 이상이 사실상 손대기 힘들다는 뜻이다.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 경제 여건에서는 세수가 줄게 돼 지출 구조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법으로 정해져있는 의무지출 비중이 너무 높아 내년에 지방채 발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는 모든 지방자치단체들이 마찬가지 상황이다. 지방교부세 감소로 공무원 월급도 못 준다는 뜬 소문에 곤욕을 치른 의정부시는 내년 본예산을 8.7% 가량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는 올해 세수 결손이 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재정 지표가 악화되자 내년도 시 본예산 편성 과정에서 각종 출연금을 대폭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강원 춘천시도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을 전년 대비 607억 원 축소했고, 내년 본예산도 이러한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는 “예산이 제대로 쓰이나 확인해 불필요하거나 급하지 않으면 구조조정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시는 내년 아파트 입주물량 축소 등에 따른 취등록세 급감으로 지방세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전시는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면서 대부분의 사업비를 동결하는 한편 보조금 지원을 대폭 축소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내년도 살림살이를 꾸리고 있는 중인데 최근 들어 가장 어려운 한해가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는 내년에 올해 보다 3000억 원 이상 세수가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예산 30% 이상을 자체적으로 절감하고, 강도 높은 재정개혁으로 모든 자체사업에 대해 원점 재검토 할 방침이다. 대구시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비상 재정체제’를 이어간다. 민간 행사, 보조사업, 민간위탁사업 및 출연금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매년 관행적으로 지원해온 성과 미흡 사업은 내년도 예산편성 심사단계부터 원천 차단한다. 아울러 각종 단체에 대한 선심성, 현금성 보조금에 대해 전면 재검토해 그동안 관행적으로 지원되던 민간 보조금은 구조조정 하는 등 대폭적인 재정 다이어트를 실시한다.
전북도는 행정운영경비 10% 일괄 삭감을 검토하고, 시·군 보조사업의 도 분담률도 최대 30% 이하로 낮추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또 지난 2013년 이후 11년 만에 지방채 발행을 추진한다. 보통교부세와 지방세 감소로 인해 내년에 약 3000억 원 규모로 추진 중이다.
부산시는 집행률이 부진한 사업과 행사성 사업 등의 예산을 삭감하고 지방보조금 관리에 집중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특히 지방보조금 사업 성과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인 ‘매우 미흡’을 신설하고 최하위 등급을 받는 사업은 보조금을 20% 이상 삭감한다. 또 3년마다 하는 일몰제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으면 지원을 중단하는 것으로 원칙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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