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 전 국내 대회에서 다잡았던 우승을 놓치고 연장 끝에 분패했던 호주교포 이민지(27·하나금융그룹)가 이번엔 연장 끝에 우승했다.
이민지는 22일 경기 파주 서원힐스CC(파72)에서 끝난 국내 유일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상금 33만 달러(약 4억 4000만 원)를 거머쥐었다.
공동 선두로 4라운드를 출발한 이민지는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타를 줄였지만 마지막 두 홀 연속 버디를 챙긴 미국동포 앨리슨 리와 16언더파 동타를 이뤘다. 지난달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이 떠오를 상황이었다. 당시 이다연과 벌인 2차 연장에서 이민지는 1m도 안 되는 짧은 파 퍼트를 놓치는 바람에 3차 연장까지 갔고 결국 먼 거리 버디를 맞아 준우승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18번 홀(파4)에서 진행된 1차 연장에서 이민지는 95야드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을 핀에 딱 붙였다. 앨리슨 리의 중거리 버디가 빗나간 뒤 이민지는 1m쯤 되는 내리막 버디 퍼트를 넣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지난달 크로거 퀸시티 챔피언십 우승 뒤 40여일 만에 거둔 LPGA 투어 통산 10승째다. 이민지는 “뿌리가 한국이어서 이번 우승이 더욱 특별하다”며 “세계 랭킹 1위가 목표”라고 했다.
1타 차 공동 3위로 출발한 앨리슨 리는 5타를 줄이는 불꽃타로 우승 기회를 잡았으나 연장 집중력 싸움에서 이민지를 넘지 못했다. 지난해 우승자인 뉴질랜드교포 리디아 고는 14언더파 3위에 올랐다.
한국 국적 선수 중에서는 신지애와 이정은6이 12언더파 공동 5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국내외 프로 통산 64승을 자랑하는 35세 신지애의 페이스가 놀랍다. 함께 활약하던 동갑 친구들이 차례로 은퇴하거나 아이를 얻으며 새 삶을 살고 있지만 신지애는 여전히 까마득한 후배들과 어깨를 견주고 있다. 올해 주무대인 일본 투어에서 2승을 올렸고 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US 여자오픈과 AIG 여자오픈에서 각각 준우승과 3위를 했다. 초청 선수 자격으로 국내 팬들 앞에서 다시 한 번 건재를 과시한 신지애는 다음 달 LPGA 투어와 일본 투어가 공동 주관하는 일본 대회인 토토 재팬 클래식에서 다시 우승에 도전한다. 2019년 US 여자오픈 우승 이후 2승 소식을 들려주지 못하고 있는 이정은6는 올 시즌 처음 톱 10 성적을 내며 부활 가능성을 확인했다.
팬이 많기로 유명한 박성현은 열성 팬들 사이에서 우승자 못지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날 6언더파 맹타로 9언더파 공동 16위까지 올라갔기 때문이다. 박성현이 6언더파를 적은 것은 4년여 만이고 톱 20에 든 것은 1년 4개월 만이다. 세계 랭킹 1위까지 찍었던 박성현은 2019년 LPGA 투어 7승째를 거둔 뒤로 우승이 없다. 올 시즌은 이 대회 전까지 공동 39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이번 대회로 시즌을 마감한 박성현은 “어제, 오늘과 같은 경기력이면 내년에 분명히 우승도 할 수 있다고 본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지난 3~4년을 계속 준비했는데 이제야 조금씩 결과로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유해란과 박희영, 김효주도 공동 16위다. 중3 아마추어 박서진이 10언더파 공동 13위에 오른 가운데 세계 3위 고진영은 3언더파 공동 48위로 마감했다. 한편 린 그랜트(8언더파 공동 22위·스웨덴)는 249야드의 짧은 파4인 17번 홀에서 홀인원 같은 버디를 기록했다. 첫 티샷을 물에 빠뜨린 뒤 다시 친 세 번째 샷을 곧바로 홀에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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