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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선守法]명예훼손죄, 10년간 4배나 뛰었지만…수사 우선순위서 밀리고 처벌 수위도 낮아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이재승

법무법인 지평 이재승 변호사. 제공=지평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고 했던 러시아의 대문호 푸시킨은 아내의 불륜 소문을 듣고서 소문을 퍼뜨린 자와 결투를 벌인 끝에 치명적인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우리나라 역시 ‘양반은 물에 빠져도 개헤엄은 안 한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등 명예와 관련된 속담이 많다. 유교문화의 영향인지 우리 사회는 지금도 체면이나 체통을 매우 중요시한다. 그러한 문화의 소산인지, 우리나라는 ‘명예에 관한 죄’라는 제목으로 형법 한 장 전체를 할애하고 있다. 형법 이외에도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 행위를 가중 처벌하는 규정이 정보통신망법에도 포함돼 있다. 일본 형법은 우리와 유사한 반면, 미국은 연방법상 명예훼손죄가 존재하지 않고 거의 민사문제로 다룬다.

명예훼손에 관한 분쟁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명예훼손·모욕으로 접수된 형사 사건은 2010년 2만 2777건에서 2020년 7만 9910만건으로 10년 사이 약 4배가량 급증했다고 한다.

명예훼손 분쟁이 나타나는 분야도 다양하다. 언론 보도나 재건축·재개발 조합 또는 정비 사업, 소비자의 이용 후기, 연예 이슈 등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 특유한 명예훼손 분쟁이 있을 정도다. 모든 명사에 심리학을 붙이면 ‘00심리학’이 된다는 말을 들었는데, 명예훼손도 마찬가지 같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수사 기관은 명예훼손죄를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 형법이나 특별법의 정신대로 명예를 훼손당한 피해자를 위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하고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렇지 않다. 수사 기관의 입장에서 명예훼손 고소·고발사건은 상대적으로 중요성과 시급성이 떨어지는 사건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명예훼손죄는 법리적으로도 매우 어려워서 사건처리에 들여야 하는 노력도 상당하다.

처벌 수위도 약한 편이다. 대법원 양형기준상 명예훼손죄가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 기본적인 양형 범위는 징역 4개월에서 징역 1년으로 되어 있으나 실상 소액의 벌금형으로 처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10년경 한 연예인의 학력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하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소위 ‘타진요’ 사건에서도 주범 2명이 징역 10개월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그러므로 명예훼손죄로 누군가를 고소·고발하려고 한다면 과연 고소·고발이 효과적일 것인지, 고소·고발을 한다면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해서 주장할 것인지, 고소·고발을 못하는 법률적 장애가 있는 경우는 아닌지, 죄가 될지라도 공공의 이익에 관한 사항으로서 기소하지 못하게 될 우려가 없는지 면밀하게 살펴본 후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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