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무제한 정기 이용권인 ‘기후동행카드’의 수도권 확대가 난기류에 빠졌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국토교통부의 K패스와 연계해 교통비를 환급해주는 ‘The 경기패스’를 들고 나오면서 지자체간 미묘한 엇박자가 나타나고 있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는 다음 달 초 3개 시도 교통 담당 국장급이 참여하는 수도권 협의체 2차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기후동행카드는 월 6만5000원으로 서울 버스와 지하철, 공공자전거 '따릉이'까지 무제한 이용이 가능하다. 다만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승차할 때는 사용이 불가능하고 신분당선과 광역버스는 해당이 안돼 ‘반쪽 무제한’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달 기후동행카드를 꺼낸 오세훈 서울시장은 불편함을 느끼는 수도권 주민들의 압박으로 경기도와 인천시가 자연스럽게 동참할 것으로 구상했다. 실제 오 시장은 지난 16일 국정감사에서 "정책 효과를 빨리 보기 위해 서울시가 단독으로 시작하고 가급적 협의를 신속히 해 내년 시범사업부터 경기도와 인천시가 들어오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도 지난달 한 라디오방송에서 “좋은 취지라고 생각하나 사전 협의가 없었던 것은 조금 아쉽다”면서 “경기도, 서울시, 인천시가 힘을 합쳐 수도권 주민들의 교통 문제를 해결하는 데 뜻을 모으고 협의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의 입장이 급변한 건 지난 17일 국정감사에서다. 김 지사는 “내년 7월부터 기후동행카드보다 월등한 ‘The 경기패스’를 시행할 예정”이라며 깜짝 카드를 꺼냈다. 정기권 방식 보다 환급 방식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또 “광역버스와 신분당선도 다 포함하며 전국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게 확대할 생각”이라고 기후동행카드를 겨냥한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다.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K패스의 경우 월 21회 이상 대중교통 이용객에게 60회 한도에서 일반은 교통비 20%, 청년 30%, 저소득층은 53%를 환급해준다. 경기도는 여기에 탑승 횟수 제한을 없애고 청소년과 어린이까지 지원해줄 방침이다. 특히 청년 나이 기준도 19~34세에서 19~39세로 확대한다.
이 때문에 교통 할인을 놓고 선심성 정책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만약 기후동행카드와 K패스, The 경기패스까지 중구난방으로 많아지면 국민들의 혼란만 가중될 수 밖에 없다. 통합된 생활권인 수도권 전체가 혜택을 볼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높다. 수도권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한 시민은 “이대로면 출근할 때는 경기패스를, 퇴근할 때는 기후동행카드를 써야 할 판”이라고 꼬집었다. 국토부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와 인천 등 수도권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로 출근하는 인원은 730만 명이다. 이와 관련 유정복 인천시장은 “서울시에 다소 유감스럽다”면서도 "인천시도 전문가와 함께 지원 방안을 만들어가고 있지만, 서울과 경기가 협의해 같이 운용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선 잠룡들의 교통 할인 정책에 대해서는 23일 열리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시·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또 다시 조명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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