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 불신임안을 발의한 맷 게이츠 의원에게 한 번 물어보라, ‘우리는 망한 걸까?’”
공화당 소속인 초선의 맥스 밀러 미 하원의원은 3주 넘게 이어지는 초유의 지리멸렬한 하원 의장 공백 사태와 관련,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24일(현지 시간) 이같이 하소연했다. 그는 “하원 의장 후보자 중 누구도 당선 정족수인 217표에 도달할 거라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이날까지 21일째 후임 하원의장을 선출하는데 실패했다. 특히 24일에는 공식 후보자가 하루 새 두 번이나 바뀌는 촌극을 벌였다. 온건파인 톰 에머 원내총무가 세 번째 하원의장 후보로 선출됐다가 강경 우파들의 반대에 밀려 몇 시간 만에 사퇴했고 친(親)트럼프 성향의 마이크 존슨 의원이 다음 후보로 낙점됐다. 하지만 존슨 의원 역시 의장 선출에 필요한 득표가 가능할지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을 피하기 위한 예산안, 이스라엘·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등 처리해야 할 현안도 처리가 불투명하다.
공화당은 이날 밤 비공개로 열린 의원총회에서 존슨 의원을 새로운 하원의장 후보로 선출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루이지애나주를 지역구로 하는 존슨 의원은 하원의 대표적 친트럼프 의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일부 이슬람 국가 출신자들의 이민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을 때 지지 의사를 밝힌 의원 중 한 명이다. 헌법 전문 변호사인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할 때 공화당 의원들의 결집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는 앞서 이날 열렸던 의원총회에서 의장 후보로 출마했던 8명의 의원을 상대로 실시된 표결에서는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하지만 1위에 올랐던 에머 원내총무가 사퇴하면서 기회를 잡았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에머 원내총무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진행된 총 다섯 차례의 투표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후보에 당선됐다. 하지만 강경 극우파 의원 24명이 곧바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에머 같은 RINO(Republican In Name Only·허울뿐인 공화당원)에게 투표하는 것은 비극적 실수가 될 것”이라고 비난한 것도 반대 기류를 부채질했다. 에머 원내총무는 본인을 단독 후보로 두고 실시한 당내 투표에서 하원의장 당선 정족수(재적 의원 433명의 과반)인 217표를 확보하지 못하자 곧바로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NYT는 “존슨 의원이 과거 그 어떤 후보보다도 의장직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연합을 꾸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의회 안팎에서는 대부분 존슨 의원이 순조롭게 의장직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지 않는다. 강경 극우파 의원은 온건파 의원을 받아들이지 않고 온건파 의원들은 극우파를 원하지 않기 때문으로, 공화당 내 누구도 의장직에 오르는데 필요한 217표를 받을 수 없을 거라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으로 전해진다. 로이터통신은 “존슨이 이전 후보자 3명이 극복하지 못했던 분열을 넘어설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며 “존슨이 하원의장 후보에 오른 투표에서 매카시 전 의장이 43표를 받아 2위에 오른 사례가 공화당의 분열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공화당 내 갈등이 사그라지지 않아 의회 파행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정부 임시 예산안 종료 시점인 다음 달 17일 중순 이후 적용할 2024 회계연도 본예산 협상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어 당장 연방정부 셧다운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이스라엘 군사 지원, 국경 통제 강화, 중국 견제 등에 쓰기 위해 마련한 1050억 달러(약 141조 원) 규모의 안보 예산안 처리도 불투명하다. 이러다 보니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패트릭 맥헨리 임시 의장에게 내년 1월 3일까지 의회를 열고 법안을 통과시킬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이 지지를 얻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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