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진 위험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전체 건축물 5개 중 4곳은 내진설계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민간건축물 내진보강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신청 및 지원 내역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건축물 내진설계 현황자료’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내진설계대상 건축물 617만5659동 중 내진성능 확보가 이뤄진 건축물은 101만4185동으로 16.4% 수준에 그쳤다. 또 공공건축물의 내진성능 확보 수준은 22.5%인 반면, 민간건축물의 내진성능 확보 수준은 14.8%로 내진보강이 시급했다.
지자체별로 보면 전체 건축물의 내진성능 확보 수준이 20% 이상인 지자체는 경기(25.4%)·세종(23.4%)·울산(21.7%)·인천(20.5%)·서울(20.4%)·대전(20.0%) 6개 지자체에 불과했다. 내진성능 확보 수준이 가장 낮은 지자체인 전라남도로 10.6%에 불과했다. 2016년 포항·2017년 경주 지진을 연이어 겪은 경상북도는 전국 시도 중 두 번째로 낮은 11.7%를 기록했다.
이처럼 전체 건축물의 내진성능 확보가 미진한 이유로는 내진설계 의무대상 기준의 소급적용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 꼽힌다. 건축법상 건축물 내진설계 의무대상 기준은 1988년 처음 정해져 2015년 3층 이상, 2017년 2층 이상으로 지속적으로 강화됐지만, 신축건물에만 적용돼 기존 건축물은 대부분 내진성능이 확보되지 못했다. 용혜인 의원은 “올해에만 9월까지 75건의 지진이 발생했고 그 중 사람이 체감할 수 있는 규모 3.0 이상의 지진도 11건이나 됐다”며 “경주·포항 지진 등 한반도 지진 위험이 높아지는 만큼 내진성능 확보 사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5일 오후 9시 46분께 충남 공주시 남남서쪽 12㎞ 지역에서 규모 3.4의 지진이 발생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진 발생 후 오후 9시 56분까지 진동을 느꼈다는 신고는 충남 240건을 비롯해 충북 4건, 전북 12건, 대전 103건, 세종 27건, 경기 1건 등 총 387건이 들어왔다. 각 지역에서 느껴지는 흔들림의 수준을 말하는 계기진도는 지진이 발생한 충남에서 5로 가장 높았다. 거의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그릇과 창문 등이 깨지기도 할 정도였다는 뜻이다.
행정안전부는 건축물 내진성능 확보 수준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민간 건축물 내진 보강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올해 9월까지도 공사비 지원을 신청하거나 지원한 실적은 단 한 건도 없었다. 해당 사업은 민간건축물 중 최우선 보강이 필요한 문화·종교·관광숙박시설 등 연면적 1000㎡ 이상 준(準)다중이용 건축물을 대상으로 건축주가 내진 보강 공사를 진행하면 내진 공사비 일부를 직접 지원해주는 내용이다. 정부가 10%, 지자체가 10%로 공사비 20% 이상을 지원한다.
이처럼 민간 건축물 내진보강 공사비 지원 사업이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원인은 실제 공사비 대비 지원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건축주들로서는 내진보강 의무대상이 아님에도 수억 원의 공사비가 소요되는 내진보강 금액의 80%나 부담할 이유가 없다. 행안부는 현재 민간기업 2개소가 관심을 표명해 상세 협의 중에 있다며, 공사비 보조금 지원율을 50%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용 의원은 “공사비 지원 규모를 늘려도 내진보강 의무가 없는 이상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현실적인 수준에서 내진설계 의무대상의 소급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내진성능평가 대상을 확대해 내진설계 필요성을 강조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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