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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사실 아닌 학문적 의견’…대법원, ‘제국의 위안부’ 명예훼손 ‘무죄’

학문적 표현물 평가는 형사 처벌 아닌

공개토론이나 비판 과정 통해 이뤄져야

1·2심 유무죄 엇갈려…대법 무죄 취지

주장 뒷받침 표현…‘사실적시 아니다’

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가 26일 서울 대법원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유하(66) 세종대 명예교수가 본인 저서 ‘제국의 위안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 등으로 표현한 것을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학문적 표현물에 대한 평가는 형사처벌이 아닌 공개토론·비판 과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6일 형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 교수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는 2015년 검찰일 사건을 기소한 지 8년 만이다. 박 교수는 지난 2013년 8월 출간한 제국의 위안부에서 일본군 위안부가 ‘매춘’이자 ‘일본군과 동지적 관계’였다고 밝혔다. 또 일본 제국에 의한 강제 연행이 없었다고 허위 사실을 기술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쟁점은 문제가 된 표현을 의견 표명이 아닌 사실적시로 볼 수 있는 지 부분이었다.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정도의 고의성이 학문적 표현에 있었는지도 주요 판단 부분으로 꼽혔다.

1심은 지난 2017년 1월 박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기소한 35개 표현 가운데 대부분인 30개가 사실 적시가 아닌 의견 표명에 해당하고, 구체적 피해자도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2심은 ‘강제 연행이라는 국가 폭력이 조선인 위안부에 관해서 행해진 적은 없다’, ‘위안부란 근본적으로 매춘의 틀 안에 있던 여성들’ 등 11곳에서 허위 사실을 적시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게 맞다며 박 교수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박 교수가 ‘그런 부류의 업무에 종사하던 여성이 스스로 희망해서 전쟁터로 위문하러 갔다’, ‘여성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서 위안부를 하게 되는 경우는 없었다는 견해는 사실로는 옳을 수 있다’고 쓴 부분도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인정했다.

반면 대법원이 상고 접수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각 표현은 피고인의 학문적 주장 내지 의견 표명으로 평가함이 타당하다”며 “명예훼손죄로 처벌한 만한 사실의 적시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기본적 연구 윤리를 위반하거나 해당 분야에서 통상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나 학문적 과정이라고 보기 어려운 행위의 결과라거나 논지나 맥락과 무관한 표현으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학문적 연구를 위한 정당한 행위”라며 “책의 전체적인 내용이나 맥락에 비춰 보면 박 교수가 일본군에 의한 강제연행을 부인하거나, 조선인 위안부가 자발적으로 매춘행위를 했다거나 일본군에 적극 협력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런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또 “일본군 위안부의 전체 규모나 존체 규모나 조선인 비율에 비춰 조선인 위안부를 구성원 개개인이 특정될 수 있는 소규모 집단이거나 균일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집단이라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각 표현이 피해자 개개인에 관한 구체적인 사실의 진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적 강제연행에 관한 표현은 학문적 개념 포섭을 전제한 것으로 사실 적시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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