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분쟁이 지금보다 커지면 국제유가가 최악의 경우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세계은행(WB)이 30일(현지 시간) 경고했다.
이날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WB은 ‘원자재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이 원자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당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현재 배럴당 평균 90달러인 유가는 세계 경제가 둔화함에 따라 내년 81달러로 내려가고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도 내년에 4.1%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WB는 분쟁이 다른 중동 지역으로 확산할 경우를 가정한 3개의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우선 세계 석유 공급량이 하루 50만∼200만 배럴 줄어드는 시나리오다. 이는 2011년 리비아 내전 당시와 비슷한 규모다. 이 경우 유가는 현 분기 평균 대비 3∼13% 높은 배럴당 93∼102달러로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2003년 이라크 전쟁 때처럼 석유 공급량이 하루 300만∼500만 배럴 감소하는 것이다. 그 결과 유가는 21∼35% 오른 배럴당 109∼121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1973년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과 욤 키푸르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했던 미국 등 국가에 석유 수출을 금지했던 제1차 석유파동과 비슷한 상황이다. 세계 석유 공급량이 하루 600만∼800만 배럴이나 줄면서 유가가 56∼75% 올라 배럴당 140∼157달러까지 갈 것으로 봤다.
인더밋 길 WB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분쟁이 확산하면 세계 경제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한) 이중의 에너지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WB 아이한 코세 수석부이코노미스트는 "계속되는 고유가는 필연적으로 높은 식량가격으로 연결된다"며 "심각한 유가 충격이 현실화하면 개발도상국에서 이미 높아진 식량 인플레이션을 추가로 높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lassic@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