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반시설(인프라)도 건축적 요소를 입으면 도시를 변화시키는 예술작품이 될 수 있습니다. ‘영동대로 복합개발’(GITC)은 혼잡한 강남 도심을 다시 재생시키는 기념비적인 프로젝트가 될 것입니다.”
프랑스 국적의 건축 거장 도미니크 페로는 지난 25일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열린 ‘라이트워크, 서울 강남복합환승센터’ 전시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이 같이 밝혔다. 이화 캠퍼스 복합단지(ECC)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한국에 이름을 알린 페로는 2017년 정림건축과 함께 GITC 국제 공모전에서 우승해 해당 설계를 총괄하고 있다.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사업은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와 대규모 지하 도시를 짓는 사업이다. 도로 하부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C노선, 경전철 위례신사선, 지하철 2·9호선을 탈 수 있는 통합역사와 버스·택시 환승 정류장, 공공·상업시설을 갖춘 광역 복합환승센터가 조성된다. 국내 지하공간 개발역사상 최대 규모로 2028년 완공 예정이다.
페로는 이번 프로젝트가 과밀화된 서울에 지하 개발을 해법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세기가 고층건물의 세기였다면 21세기는 아마도 지하 건축의 세기가 될 것”이라며 “GITC는 큰 건물을 짓는다는 개념이 반드시 건물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GITC에서 이를 가능하게 하는 건 자연광을 지하 40m 깊이까지 유입시키는 유리구조물 ‘라이트빔’이다. 길이 550m, 폭 9m에 달하는 거대한 유리 구조물인 라이트빔은 영동대로에 세 구역으로 나눠 설치돼 지상의 빛을 지하공간으로 확산시킨다. 페로는 “낮에는 자연 채광을 지하로, 밤에는 내부에 있는 빛을 밖으로 비춰주는 강남의 ‘등대’와 같은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연빛이 들어오는 거대한 지하 공간은 단순 환승센터를 넘어 수목이 자라는 문화·전시공간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기반 시설이 지하로 배치되는 대신 지상에는 1만 2000㎡ 규모의 광장이 들어선다. 페로는 “기반 시설이 지하로 내려가며 14개 차선으로 분리된 지상 공간에는 연결된 광장이 조성된다”라며 “종로의 시청 앞 광장처럼 강남에서 생활하는 시민들에게 더 많은 역동성을 부여해주고 새로운 교류의 장을 열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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