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건축가 김원 선생님 댁을 대상으로 오픈하우스를 진행했을 때 일이에요. 거주공간이다 보니 정원과 사랑채 위주로 공개해왔는데 그날 따라 옥상을 오픈해주셔서 참가자들과 거실을 지나갔어요. 한국 전통 조경의 대가인 김춘옥 선생님이 작업한 조경이었는데, 정원에서 설명할 때는 반응이 그저 그랬는데 거실에 들어가 밖의 정원을 바라보는 순간 감탄이 터져 나왔어요. 안에서 보이는 정원 풍경을 직접 경험하면서 참가자들이 한국 조경의 특징을 온 몸으로 강렬하게 느낀 것이죠. 이 같은 경험은 도시에 대한 우리의 눈을 키우는 것이기도 합니다."
오픈하우스 서울은 도시의 건축 환경과 장소, 유산을 개방해 우수한 건축물을 소개하고 도시 환경에 대한 이해를 돕는 일종의 도시 건축 축제다. 도시의 내력이 담긴 장소와 구조물, 건축가의 아이디어가 담긴 뛰어난 건축물, 디자이너가 만들어낸 공간과 디자인, 예술가들의 영감이 가득한 창작공간을 소개하고 문턱을 낮춰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현재 오픈하우스 프로그램은 오픈하우스 월드와이드를 통해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며 런던과 뉴욕, 더블린, 멜버른, 바르셀로나 등 50개 시 멤버로 구성돼 있다.
오픈하우스 서울 기획자인 임진영 대표는 한국 건축의 현재를 기록하고 새롭게 조명해온 건축 전문 기자다. 'K-ARCHITECTURE' 영문판과 MARK, AR Asia Pacific 등 국제 건축지에도 한국 건축과 관련된 내용을 꾸준히 기고하고 있다. 이와 함께 '건축과 도시'라는 콘텐츠를 바탕으로 전시와 출판, 포럼, 리서치, 이벤트, 축제 등 다양한 형식의 장을 만들어 건축 문화를 알리고 이를 고양시키는 자리를 만들어왔다.
오픈하우스 서울은 2014년 행사를 시작해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다. 그간 여러 건축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김수근의 초기작인 '청운동 주택' 등 새로운 건축 자산을 발굴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기린그림과 협업해 집의 의미를 탐색하는 영상 시리즈를 제작했다. 현재 이 시리즈는 유튜브 누적 조회수 130만 뷰를 넘어서고 있다.
올해는 '서울산책'이라는 주제로 산책하고 사유하며 머물 수 있는 도시 환경에 주목한다. 임 대표는 "서울의 공원과 정원, 녹지를 재발견하며 '산책하는 서울'을 제안할 것"이라며 "도심 공원과 녹지의 중요성을 환기하고 가치와 의미를 나누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도심 속 개방형 생태공원인 오목공원을 박승진 조경건축가와 함께 돌아보고 서소문 역사공원 및 성지양천공원 책쉼터, 살롱 드 파리, 넘은들공원 책쉼터, 서울식물원 온실, 남산예장자락 주차장 및 경관광장 등 잘 설계된 도시의 공원들을 직접 방문할 수 있도록 소개할 예정이다.
작가 특집에서는 지난 9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세계조경가협회가 수여하는 제프리 젤리코상을 수상한 국내 1세대 조경가 정영선의 작업을 인터뷰와 다큐멘터리 영화, 현장 프로그램 등으로 다양하게 소개한다. 희원, 아모레퍼시픽그룹 본사를 정영선 조경가와 함께 돌아보고 북촌 설화수의 집, 여의도 샛강, 경춘선 숲길, 선유도 등을 방문해 현 시대의 한국적인 풍경과 조경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심사위원단도 건축가-건물주-대중을 아우르는 문화 플랫폼이 된 오픈하우스 서울을 극찬했다. 심사위원단은 "건축의 공적 가치와 도시 문화 향상에 기여해온 오픈하우스 서울의 지속적인 활동 의미에 중점을 둬 대상으로 선정했다"며 "설립자 임진영 대표는 건축 전문 기자 출신으로 건축의 대중적 가치 뿐 아니라 전문성 또한 놓치지 않고 프로그램에 녹여왔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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