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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vs 부채' 동맹을 보는 두 시선…글로벌 안보질서 갈림길

[美대선 1년 앞] <하> 외교정책

■ '동맹 중시' 바이든

"美는 여전히 세계의 등불" 강조

'존경 받는 국가' 정책기조 유지

■ '新고립주의' 트럼프

우크라 대응 서방 단일대오 붕괴

韓에 방위비 증액 요구 불보듯

"국제분쟁 얼마나 개입하느냐"

내년 美대선 쟁점으로 급부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9월 키이우에서 열린 안보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미래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민감한 미 대선 문제를 그가 직접 거론한 것은 미국 내 우크라이나 지원 반대 목소리와 거세지는 ‘트럼피즘’을 의식한 것이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조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약 440억 달러(약 59조 7200억 원)의 막대한 안보 지원을 했으나 전쟁이 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피로감이 미국 정치판을 흔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중동 사태까지 겹친 ‘지역 분쟁’의 한복판에서 내년 미 대선이 치러지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이 돌아왔다(동맹 중시 외교)’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미국 우선주의)’가 충돌하며 글로벌 안보 지형에 격동이 예상된다.





외교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는 “(국제 분쟁에) ‘미국이 얼마나 개입해야 하느냐’는 문제는 미국 의회 정치와 공화당 대선 경선으로 침투했으며 내년 대선의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중 전략 경쟁과 대북 정책의 변화 역시 미 대선과 함께 한국 정부가 주시해야 할 문제다. 잇따른 전쟁으로 미국의 국방 지출이 급증하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막대한 규모의 동맹 청구서를 내밀 가능성이 높다.

외교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가 시작될 경우 ‘예측 불가능’과 ‘변덕스러움’이 외교정책을 지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월터 러셀 미드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니스트는 “트럼프는 강력한 세계 지도자들과 직접 거래하는 것을 선호하며 예측 불가능하다는 그의 평판을 국제 무대에서 자신의 가장 큰 자산으로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협상으로 끝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그의 집권 시 현 국제 정세가 요동치고 서방의 단일 대오가 흐트러질 가능성이 있다. 그는 앞서 “내가 대통령이라면 그 전쟁을 하루 안에 끝낸다. 24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의 영토 수복은 중요치 않다”고 분석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사태를 ‘역사적 변곡점’으로 규정하면서 이들의 승리를 돕는 것이 미국의 안보를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이스라엘 방문 직후 대국민 연설에서 하마스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한데 묶어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세력’으로 지목하면서 “미국은 여전히 세계의 등불이며 필수 불가결한 국가”라고 강조했다.



국제 정세를 ‘권위주의 대 민주주의’로 규정해온 바이든 정부 외교정책의 핵심은 미국을 민주주의 진영의 리더로서 재정립하는 것이다. 바이든 2기에서도 전 세계 동맹들과 협력해 미국을 존경받는 국가로 만들겠다는 외교정책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노선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혼란스러운 철군,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등 동시다발적인 악재가 겹치며 위기에 봉착한 것이 사실이다. 미국 내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관련해 진보 및 아랍계 유권자의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1980년 이란 인질 구출 작전 실패 등의 영향으로 재선에 실패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중국에 대한 견제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하면서도 대중 견제 분야에서만큼은 트럼프 정부 정책을 상당 부분 수용하고 더 강화했다. 특히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와 군사 분야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더 강화된 규제가 예상된다.

다만 트럼프 집권 시 대외적으로는 보다 더 강경한 대중 기조가 예상된다. 미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차기 정부의 국정과제를 담은 ‘프로젝트 2025’ 보고서에서 “중국은 미국의 전체주의 적(totalitarian enemy)이지 전략적 파트너나 공정한 경쟁자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방 정책 분야를 집필한 크리스토퍼 밀러 전 국방장관 대행은 “중국은 국력의 범주 전반에 걸쳐 미국의 이익에 도전”이라며 “중국의 군사적 위협은 특별히 강렬하고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의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동맹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밀러 전 대행은 ‘프로젝트 2025’ 보고서에서 “비용 분담은 미 국방 전략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한국에도 기존의 5배인 50억 달러에 달하는 방위비 분담을 요구해 외교적 마찰을 빚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2기에서는 우크라이나 지원 등과 관련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의 분담금을 높이려 할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을 자산으로 인식하는 것과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동맹을 부채로 보는 프레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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