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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웨이에 320야드 스트라이크를 꽂다…못 말리는 장타자 최영준

5개월 만에 아마추어서 투어프로로

내년에는 콘페리와 해외 투어 도전도

투어서 장타자로 나만의 색 입힐 것

최영준은 185㎝, 83㎏으로 장타력을 탑재하기에 적합한 체격을 갖고 있다. 사진 제공=민수용 골프전문 사진기자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새내기로 올해를 보낸 최영준의 별명은 유명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의 주인공 짱구다. 그러고 보니 짙은 눈썹과 뚜렷한 이목구비는 짱구를 닮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지르는 공격적인 플레이는 아무도 못 말릴 정도다. “평범하기보단 장타로 나만의 색깔을 입히고 싶다”는 그를 만나보자.

5개월 만에 아마추어에서 투어프로까지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최영준은 아마추어 신분이었다. 2002년생인 그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국가 상비군으로 활약하는 동안 굵직굵직한 아마추어 대회를 휩쓸며 이름을 알렸다. 2020년 매경솔라고배 아마추어선수권과 전라북도골프협회장배 학생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고 2021년에는 송암배 아마추어 정상에 올랐다.

그러다 지난해 6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2부 투어인 스릭슨 투어 10회 대회 종료 후 아마추어 포인트 상위 10명에게 주어지는 KPGA 프로(준회원) 특전 1위를 차지했다. 이어진 12회 대회에서는 우승컵을 들어 올려 준회원이 된 지 1달도 채 되지 않아 곧바로 KPGA 투어프로(정회원) 자격까지 취득했다. 이후 2022시즌을 스릭슨 포인트 9위로 마친 그는 상위 10명에게 주어지는 2023시즌 KPGA 정규 투어 출전권을 얻었다. 단 5개월 만에 아마추어에서 정규 투어 선수가 된 것이다.

결과만 보면 붉은 융단 위를 사뿐히 걸어 정규 투어에 발을 들인 것 같다. 하지만 그 과정이 마냥 단조롭지만은 않았다. 최영준은 “아마추어 때 1명 차이로 국가대표에 선발되지 못하면서 빨리 프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학교에서도 제가 국가대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는데 성과를 만들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계속 아마추어 신분이라는 것에 몸과 마음이 지쳤고, 조금 더 성장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지면서 정규 투어에 도전했다”고 했다.

겉모습은 ‘탄탄대로’의 5개월이었지만 최영준에게는 고민과 인내의 시간이었다. 그의 말이다. “아마추어로 나간 스릭슨 투어 3~5회 3개 대회에서 연속으로 예선 탈락했다. 2부 투어에 오래 있으면 내 플레이를 펼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모든 힘을 다 쏟아 부어 정규 투어 데뷔를 노렸다. 그러다가 준회원이 되면서 예선을 면제받았고 그때부터 마음이 편해졌다. 이후 우승도 하면서 운 좋게 생각보다 빨리 정규 투어 선수가 됐다. 돌아보면 그때는 정말 힘들 겨를도 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다.”

정신없이 앞만 보고 걸어온 길이었는데 돌아보니 꽃도 피어있었다. 인생 최고의 라운드와 가장 기억에 남는 라운드가 스릭슨 투어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최영준은 “스릭슨 투어 12회 대회 최종 라운드가 인생 최고의 라운드였다”며 “그날 보기 없이 9언더파를 쳤다. 특히 마지막 16번(파4), 17번(파3), 18번(파5) 홀에서 3연속 버디를 잡고 우승해 정말 뜻깊었다”고 했다.

최영준은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흥분되는 듯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라운드도 그날이다. 539야드로 세팅된 18번 홀에서 날린 티샷이 정말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원래는 나무가 시야를 가리던 홀이었는데 대회를 앞두고 나무를 잘랐다. 그래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공격적으로 질러서 쳤다. 세컨드 샷이 핀까지 100m 남았는데, 과감하게 친 티샷 한 방 덕분에 버디를 잡을 수 있었다.”

꿈의 무대

“솔직히 말해, 대회 경비로 쓰지 않을까요.”

최영준은 첫 우승을 하면 상금으로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꿈의 무대’에서의 우승이라니, 행복한 고민에 젖을 법도 한데 돌아온 대답은 현실 그 자체였다. 그는 “올 시즌 KPGA 투어에 데뷔하면서 여러 대회에 출전하다 보니 경비가 생각보다 많이 들더라. 그래서 우승해도 아마 그동안 쓴 경비나 앞으로 쓸 경비에 보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최영준은 혹독한 1부 투어 적응기를 보냈다. 올해 17개 대회에 출전해 군산CC 오픈에서 거둔 공동 10위가 유일한 톱 10이다.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와 상금 순위는 모두 80위권 밖이다. “확실히 1부 투어는 스릭슨 투어랑 많이 다른 것 같다. 올 시즌 시작 전에 상반기에는 적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적응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1부 투어가 열리는 코스가 대부분 처음 플레이하는 곳이라 어려움도 있었다. 그런데 군산CC는 학생 때도 즐겨 치던 코스라 익숙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좋은 성적이 나왔던 것 같다.”

그는 설명을 이어갔다. “사실 환경이 바뀌었다고 평소에 안 하던 끊어 가는 공략도 해보고 내 플레이 방식과 다른 공략을 했었다. 그런데 나만의 스타일로 공략하다 보니 더 좋은 성적이 나왔던 것 같다. 앞으로도 내 스타일을 더 잘 살리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거의 매주 이어지는 치열한 경쟁이지만 최영준은 스트레스 받지 않고 배운다는 자세로 한 대회 한 대회에 임하고 있다. 그는 “최근 1년 새 스스로 많은 성장을 했다고 생각한다. 투어 환경, 코스 세팅, 그린 스피드 다 따졌을 때 너무 다른 조건에서 시합을 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골프 제일 잘 치는 선수들이 모인 곳이다. 매주 많이 배우고 느끼는 것도 많다. 매일매일 성장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최영준은 잘 치는 선수만 살아남는 ‘야생’의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뒤 미국 무대를 노리겠다는 계획이다. 내년에는 미국프로골프(PGA) 2부인 콘페리 투어 시드전과 해외 투어에도 도전할 생각이다.

장타자이면서도 가장 자신 있는 클럽은 60도 웨지라는 최영준. 사진 제공=민수용 골프전문 사진기자


나만의 색 ‘장타’

최영준은 185㎝, 83㎏으로 장타를 담기에 적합한 체격을 갖고 있다. 물론 188㎝의 큰 키에 115㎏이 넘는 KPGA 투어 대표 장타자 정찬민과 비교하면 다소 왜소해 보일 수 있다. 이 두 선수는 올 시즌 KPGA 투어에서 평균 드라이버 샷 거리 1, 2위를 다투고 있다. 매 대회가 끝날 때마다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한다. 둘 모두 평균 310야드가 넘는다.



최근 몇 차례 대회에서는 1, 2라운드에 장타자 조로 정찬민과 같은 조에 묶이기도 했다. 최영준은 “팬들이 찬민이 형과 비교를 많이 한다. ‘생각보다 몸이 작은데 멀리 친다’고 해주신다”고 말한다. 사실 최영준에게 정찬민은 못 하는 게 없는 ‘만능 형’이다. 그는 “상비군일 때 찬민이 형이 국가대표였는데 그전부터 비거리가 많이 나가는 걸 알고 있었다. 장타자로 유명하긴 하지만 뭐 하나 못 하는 게 없는 형이다. 아이언 샷이나 쇼트게임도 정말 잘하는데 장타 능력이 워낙 뛰어나 다른 능력을 압도하는 것 같다”고 했다.

최영준은 올해 4월 KPGA 투어 골프존 오픈 in 제주 3라운드 9번 홀(파4)에서 드라이버 티샷으로 400야드를 쳤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드라이브로 270~280m를 보냈다고 하니 타고난 장타자 같다. 하지만 아마추어 때부터 해온 나름의 비법이 있었다. 바로 계단을 이용한 하체 단련이다. 계단을 오를 때 왼발로 먼저 한 칸을 디딘 후 골반을 스윙하듯이 돌리면서 오른발을 뒤따라 올리는 식이다. 아마추어 때는 14층인 집까지 매일 이렇게 올라갔다고 한다. 그는 “비거리를 늘리려고 매일 반복했는데 지금은 집이 2층이라…”라며 웃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웨이트 트레이닝과 장타를 위한 기능성 운동을 번갈아 가면서 한다고 한다. “실전 연습이 중요해서 스피드 스틱으로 스윙 스피드 올리는 연습과 하체 움직임에 가장 신경을 쓴다”는 그는 “장타를 치려면 무엇보다 정타가 중요하기 때문에 몸 회전 순서에 집중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360m를 넘나드는 장타. 아마추어 골퍼들에겐 그저 꿈같은 일이지만 너무 긴 샷 거리가 곤란한 경우는 없을까. 최영준은 “플레이할 때 유리한 경우가 많지만 오히려 독이 될 때도 있다. 다른 선수들만큼 볼이 휘었을 뿐인데, 더 멀리 날아가다 보니 떨어지는 지점은 더 많이 벗어나 버린다. 정확성에 신경을 정말 많이 써야 한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최영준은 18홀 동안 적게는 10번에서 많으면 파3 홀을 제외한 14개 홀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한다. 그는 “티샷이 떨어지는 지점에 물이나 벙커가 있지 않는 이상 웬만하면 끊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영준은 2번 아이언으로 250m, 7번 아이언으로 170m, 피칭웨지로 140m를 보낸다. 예상 밖에도 14개의 클럽 중 가장 자신 있는 클럽은 60도 웨지란다. 그는 “웨지 샷은 5m 안쪽에 붙일 확신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야구 투수를 했던 어린 시절에도 정면 승부를 즐겼다고. 사진 제공=민수용 골프전문 사진기자


장래 희망은 골프 선수

최영준은 스포츠 꿈나무였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취미로 골프를 시작했고 이후 농구, 배드민턴, 축구, 탁구, 수영, 야구 등 안 해본 스포츠가 없었다. 그중 가장 빠져든 스포츠가 야구였다. 초등학교 3학년에 야구부 생활을 시작했고 초등학교 5학년 때는 시속 110km까지 던졌다. 동년배 수준에서는 굉장한 강속구 투수에 속했다.

그러다 초등학교 6학년 겨울, 장래 희망에 관해 쓰는 시간이 있었는데 꿈이라고 쓸 게 없었다. 문득 든 생각은 골프 선수였고 평소 골프를 좋아하던 아버지에게 골프를 치고 싶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그럼 야구 그만하고 골프를 해봐’라고 했다”는 최영준은 “그게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다고 밝혔다.

그렇게 시작한 골프를 최영준은 정말 열심히 했다. 친구 8명과 퍼트 내기를 했는데 꼴찌를 해서 머리를 빡빡 밀어버린 적도 있다. 그때 붙여진 별명이 짱구다. 또 투수일 때 익혔던 동작을 골프에 이용했다. 마운드를 밟고 와인드업을 하는 힘이 골프 스윙 때 하체 움직임과 비슷했다. 그는 “투수일 때도 풀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정면 승부를 했다. 골프에서도 목표와 확신이 있으면 돌아서 가지 않고 페어웨이를 보고 자신 있게 샷을 한다”며 이를 악물었다.

이제 장래 희망인 골프 선수, KPGA 정규 투어 프로가 됐다. 최영준은 골프 선수가 돼서 좋은 이유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서”라고 한다. 은퇴 전 목표도 있다. “KPGA 투어에는 잘 치는 선수들이 너무 많다. 잘 치는 것 하나만으로는 나만의 색깔을 입힐 수가 없다. 장타자 이미지로 더 깊고 진하게 투어에 스며들고 싶다. 장타하면 최영준이라는 이름이 떠오르게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PROFILE

출생: 2002년 | KPGA 투어 데뷔: 2023시즌 | 소속: 금강주택

주요 경력:

2023년 KPGA 투어 군산CC 오픈 공동 10위

2022년 KPGA 스릭슨(2부) 투어 12회 대회 우승

2021년 송암배 아마추어선수권대회 우승

2020년~2022년 국가 상비군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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