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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팝업스토어' 지역 상권 살리지만…어두운 그림자도 공존

[잘파세대의 '잘 파는 세대'-3편]

팝업스토어로 상권 활성화 되지만…폐기물 문제도 심각해


잘파세대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팝업스토어는 효과적인 브랜드 홍보를 가능하게 하고 주변 부동산 시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철거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과 소음으로 인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빛 : 팝업스토어가 상권을 살린다?


일시적으로 열리는 팝업스토어가 주변 부동산 가격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팝업스토어가 유동 인구를 유입시켜 건물 전체에 방문객이 늘어나고 해당 상점 외에도 건물 내 다른 상업시설과 주변지역 상권 전체를 활성화시키는 동반상승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앵커 테넌트’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앵커 테넌트란 닻을 의미하는 앵커(Anchor)과 임차인을 뜻하는 테넌트(Tenant)의 합성어로 건물의 가치를 올려주고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제공하는 핵심 우량임차인을 말한다.

가장 많이 알려진 앵커 테넌트 사례로는 스타벅스가 있다. 스타벅스와 같이 대중의 선호가 높은 브랜드가 건물에 입주할 경우, 해당 건물의 가격이 올라간다. 전반적인 건물 가치가 상승하고 잠재 임차인들에게 임차 선호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또한 스타벅스의 입점은 간접적으로 주변 환경과 입지에 대한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스타벅스 로고. 사진=AFP·연합뉴스




현재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8월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전국 업무·상업용 건물 거래 시장은 지난해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올해 8월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43.3% 감소했고, 거래 건수도 15.5%나 줄었다.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 오프라인 공간을 팝업스토어로 활용해 브랜드 마케팅을 진행하며 활기를 불어넣는 사람들이 있다. 에셋 마케팅 컴퍼니인 ‘에어드랍’이다. 기존 마케팅 에이전시 업력을 기반으로 부동산에 최적화된 마케팅과 활동을 통해 자산의 가치를 올리는 회사다.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위치한 에어드랍은 6년 이상의 브랜딩·마케팅 에이전시 기반으로 한 회사답게 전문적인 마케팅을 통해 자산 활성화를 진행하고 있다. 팝업스토어를 원하는 브랜드와 직접 계약을 통해 공간 대여부터 설계 브랜딩·마케팅 PR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한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에어드랍 스페이스. 사진=에어드랍 제공


에어드랍은 이 과정을 통해 주변 지역이 활성화 됐다고 말한다. 네이버 예약을 통해 확인한 결과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에어드랍에서 세 차례 진행된 팝업스토어에는일평균 300명 이상의 고객이 방문했다.

팝업스토어 행사장에서 만난 엄이준(34·남)씨는 트렌드 동향을 살피기 위해 여러 팝업스토어를 찾아다닌다고 했다. 그는 “주변에서 파페치 팝업이 좋다고 해서 왔는데 실제로 와보니 규모도 크고 구경할 것도 많아서 좋았다. 다른 팝업보다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청담동 부동산 브랜드 마케팅 회사원인 유민욱(40대·남)씨는 “가로수길이 상권이 죽어있었는데 최근 다시 활기를 찾고 있는 것 같다”며 “오늘도 이 곳에서 글로벌 브랜드 파페치의 팝업스토어가 큰 규모로 열렸다고 해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김 민 에어드랍 대표는 “팝업스토어와 같은 새로운 마케팅들이 궁극적으로 부동산과 지역활성화 도시개발에까지 영향을 준다”면서 “침체된 부동산 문제를 팝업스토어와 같은 해결하는 브랜딩·마케팅 플레이어적인 역할을 꾸준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연무장길의 한 부동산에 ‘팝업문의’와 관련된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은미, 차민주 인턴기자


서울에서 팝업스토어 열풍이 가장 거센 곳은 성수동이다. 구글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2022년 4월부터 팝업 관련 검색량이 급증했다. 기업에서 마케팅의 수단으로 팝업스토어를 활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팝업스토어를 전문으로 하는 많은 공인중개사들도 성수로 이전하고 있다. 거리마다 팝업전문, 팝업문의, 팝업컨설팅 등을 간판에 내세울 정도로, 팝업 임대차 관련 전문으로 하는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소가 즐비했다.

성수동의 연무장길에 위치한 한 부동산 관계자는 “9월 4주차 기준, 성수동에서는 1주일에 팝업스토어가 약 20개 이상 열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전년 대비 팝업 공간의 임대료가 2배정도 증가했으며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하며 “팝업스토어가 성수 상권활성화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맞다”고 평가했다.

그림자 : “대량 폐기물 자주 목격…공사 소음이 ‘모닝콜’되기도”


한편 화려한 팝업스토어가 넘쳐나는 성수동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했다. 바로 소음과 폐기물 문제다.

성동구 연무장로 인근 직장인 류모(26·여)씨는 거리마다 쌓여있는 팝업스토어 폐기물을 볼 때마다 친구들과 ‘팝업스토어가 기후위기의 주범’이라는 농담을 한다. 류씨는 “팝업 설치나 철수 시 팝업 공간 만든다고 쓰였던 것들을 다 부수는 과정에서 폐기물을 많이 목격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성수동 주민 대학생 김모(25·여)씨의 새로운 모닝콜은 ‘팝업스토어 공사 소음’이다. 김씨는 “대형 팝업스토어를 공사할 때 이용하는 중장비의 소리가 시끄러워 잠을 깬 적이 많았다”고 했다.



류씨도 팝업스토어의 소음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팝업 진행 기간 동안 열리는 파티나 행사에서 나오는 음악들이 너무 커 일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했다.

이어 류씨는 “팝업을 기다리는 대기줄도 문제”라고 말하며 “골목 골목마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 통행에 불편함을 겪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인턴기자가 지난달 성수동을 찾았을 당시에도 성수동 연무장길 골목에서 대용량 일반쓰레기 봉투들에 담긴 팝업스토어의 폐기물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용량 일반쓰레기봉투 안에는 팝업스토어 내 경품 행사 소품으로 추정되는 플라스틱 공 수십 개가 분리수거가 되지 않은 채 담겨있었다.

대용량 일반쓰레기 봉투에 가득 담긴 팝업스토어 폐기물들. 사진=차민주 인턴기자


환경부 폐기물 통계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는 2017년 50.1톤이었던 사업장일반폐기물이 2021년 334.6톤으로 5년새 약 6.5배 증가했다. 사업장일반폐기물은 팝업스토어와 같은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의미한다.

한편 전국적으로도 폐기물 배출 비중에 있어 사업장일반폐기물이 늘어나는 추세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1년 전국 폐기물 발생량 중 사업장일반폐기물은 8490만t으로 2017년 6018만t 대비 약 2470만t 늘었다. 특히 2021년에는 사업장일반폐기물이 건설폐기물을 능가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기물 발생량이 해를 거듭할 수록 증가하는 가운데, 팝업스토어의 폐기물이 이에 일조하는 것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팝업(Pop-up)이란 말의 뜻처럼 갑자기 나타나 단기간 동안 운영하고 사라지는 특성을 지닌 팝업스토어에 사용되는 가벽이나 소품들은 재활용을 염두해 두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일회용 플라스틱과 같은 폐기물이 대량으로 발생하게 된다.

폐기물 배출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팝업스토어는 더 많은 폐기물들을 만들고 있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팝업스토어 속 소비자의 발길과 눈길을 잡기 위해 화려해지는 인테리어 때문이다.

팝업스토어의 화려한 인테리어들과 그 앞에 줄지어 선 사람들의 모습. 사진=김은미, 차민주 인턴기자


팝업스토어의 또 다른 문제로는 소음이 꼽힌다. 전국 소음 민원 건수와 성동구의 소음 민원 건수를 비교한 결과, 성동구가 전국 대비 약 6배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과 비교해 2022년 서울 성동구의 전체 소음 민원 건수는 1207건에서 2916건으로 약 2.5배 증가했다. 생활 소음 민원도 2017년 849건에서 2022년 2622건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같은 시기 전국 소음 민원 건수는 최근 6년새 0.38배 증가했다.

팝업스토어로 인한 소음의 해결방안에 대해 문의 하자 성동구청 관계자는 “팝업스토어 소음을 따로 규제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생활소음 기준으로 처리를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팝업스토어로 인한 소음은 생활소음에 포함된다.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르면 생활소음 규제는 주민의 정온한 생활환경을 유지하기 위하여 사업장 및 공사장 등에서 발생되는 소음·진동을 규제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생활 소음은 △배출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공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진동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진동 △공장·공사장을 제외한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진동 등을 뜻한다.

소음에 대한 규제는 행정지도와 행정처분으로 나뉜다. 주거지 기준 65데시벨, 중공업지역 기준 70데시벨 이상 시 처분을 준다. 야간부터 아침7시 이전은 두 지역 모두 60데시벨로 기준이 강화된다.

그러나 성수동은 골목마다 소규모 팝업이 많이 진행되는 지역인만큼 생활소음의 기준치를 팝업스토어의 소음과 동일하게 적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팝업스토어 마케팅이 주는 환경 피해를 고려해야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팝업스토어 폐기물 문제에 대해 “팝업스토어 폐기물로 인한 환경문제를 생각해볼 시점”이라며 “짧은 기간을 위해 많은 구조물과 건축자재가 쓰이는데 이를 재활용없이 만들고 부수는것은 분명히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팝업스토어 기획 초기부터 최소한으로 나오게끔 해야하고 재활용, 재사용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도 팝업스토어 폐기물로 인한 환경 피해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팝업스토어의 특성상 일회성으로 사용 되기위해 제작되고 폐기되는 플라스틱이 많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일회용 플라스틱이 전체 플라스틱에서 46.5%로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캠페이너는 “현재로서는 팝업스토어의 플라스틱을 재활용, 리필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그는 “나아가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대한 논의가 세계적으로 진행중인 만큼 제도적으로 규제방안이 마련된다면 기업들도 팝업스토어를 만들 때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고 재활용하는 쪽으로 변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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