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역 및 필수의료 붕괴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의과대학 입원 정원 확대를 추진 중인 가운데 의학교육 관련 단체들이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의학교육의 질이 저하되지 않도록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를 통해 증원 규모와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국의학교육협의회는 8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필수·지역 의사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인력을 확충하고 지원방안을 마련해 추진하는 방향성에 공감한다"면서도 "현재 시행 중인 대학별 의대 증원 수요조사를 토대로 정책이 시행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대학의 주관적인 요구만을 반영한 숫자가 집계될 경우 의사결정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증원 수요를 단순 합산하는 게 아니라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의사 수를 합리적으로 예측해 구체적인 증원 규모와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적정 의사 수에 관해 이해당사자 간 이견이 있는 상황인 만큼 ‘의료인력 적정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한 다음, 정부와 의료계가 충분히 논의해 적정 의사 수를 산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개별 의대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적으로 정원을 늘릴 경우 의학교육의 질 저하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민 보건에 커다란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의대 정원 증원이 의학교육의 질 저하로 귀결되지 않으려면 전문가단체와의 긴밀한 소통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의사인력 부족 문제를 빠른 시일 내 해소하려면 지역의 필수의료가 안정적으로 이뤄지는 게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필수의료 분야 의사들의 이탈과 의대생들의 기피 현상을 초래한 근본 원인인 ‘저수가’를 정상화하고, 필수의료 분야 의사들에 대한 의료사고 처벌 특례를 마련해 민·형사상의 부담을 경감시키는 정책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미래 의료를 위해 보건복지부와 의료계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함께 공유하고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며 "의학교육의 질이 담보될 수 있는 의사인력 수급 정책을 수립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국의학교육협의회는 의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의료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의료계 단체들이 모여 만든 조직이다. 대한의사협회를 필두로 대한의학회, 한국의학교육평가원, 한국의대·의전원협회, 한국의학교육학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한기초의학협의회장, 전국의대교수협의회, 의학교육연수원, 국립대학병원협회, 사립대학교의료원협의회 등이 참여한다. 현재 윤동섭 대한병원협회장(연세의료원장)이 수장을 맡고 있다.
한편 의협은 이날 9일로 예정됐던 제17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취소해 달라고 복지부에 요청했다. 종전까지 협상 단장을 맡았던 이광래 인천광역시의사회장이 전일(7일) 사퇴하면서 새 협상단을 꾸리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의협 집행부는 이날 오전 회의를 열고 의료현안협의체 협상단을 전원 교체하기로 뜻을 모았다.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가 지난 3일 의료현안협의체 위원을 전면 개편하라고 권고한 데 따른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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