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공장의 무선 자동화 시대를 화웨이가 앞당기고 있다. 5G를 넘어선 5G-A(Advanced) 기술을 접목해 제조업에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고 효율성과 정확도, 비용 절감 등을 지원한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5G-A 기술로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며 업그레이드 되는 중이다.
지난 3일 화웨이는 중국 허베이성 바오딩시의 창청자동차 산하 부품사인 징청궁커 공장으로 내외신 기자를 초청했다. 이곳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이동통신사 차이나유니콤의 기술을 접목해 최초로 5G-A 기술을 적용한 공장이다.
5G-A는 5G를 업그레이드 한 5G와 6G의 중간 단계로, 5.5G로도 불린다. 5G-A가 도입된 공장은 기존 공장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생산라인에는 유선 케이블을 찾아볼 수 없는 구조다. 천장에 달린 미니 기지국에서 공장 내 로봇을 무선으로 제어한다. 기지국에선 사실상 실시간이나 다름 없는 4밀리초(ms, 1ms=0.004초)의 속도로 데이터를 로봇들에게 전달해 움직임을 조종하고 있다. 데이터 전송 신뢰도는 99.999%로 100%나 마찬가지다. 제작 과정에 쌓인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향후 생산라인의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필요에 따라 유지·보수 작업을 실시한다. 이전까지는 일일이 점검하며 상황을 확인하고 예측하느라 시간도 많이 걸리고 정확도도 떨어졌으나 5G-A 기술을 통해 모든 것을 개선했다.
장소를 옮겨 중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업체인 창청자동차 제조 공장으로 이동했다. 지난달 출시된 창청자동차의 SUV 모델 ‘하포 멍룽’의 루프 패널을 제작하는 공정에 5G-A가 우선 적용된 상태다. 판지안 차이나유니콤 빅데이터 수석과학자는 “첨단 산업 제어 분야에서 전 세계 최초로 5G-A망을 설치해 99.999%의 초고신뢰도와 4밀리초의 초저지연(URLLC)을 실현한 생산라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공장에는 약 350㎡ 규모의 5G-A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다. 로봇 4대가 공장 전체 완성차 생산의 용접 공정을 대부분 책임진다. 공장에선 매일 300~400대의 하포 멍룽 모델을 생산한다.
창청자동차는 용접 분야에만 적용된 5G-A 기술을 앞으로 조립 등 전체 완성차 생산공정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공장 전체를 ‘5.5G 스마트 공장’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나아가 중국 내 쉬수이·충칭 등의 공장에도 점차 5G-A 기술을 적용해 나갈 예정이다.
제조업 업그레이드에 나서고 있는 중국에서 5G-A는 가장 중요한 핵심 기술이다. 화웨이는 2024년을 5G-A 상용화의 원년으로 삼을 계획이다. 미국의 제재 속에도 화웨이는 이미 자체 기술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만난 화웨이 관계자는 5G-A에 적용되는 반도체 칩이 화웨이 기술력으로 만든 것이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꺼렸다.
미국과 첨단 기술 경쟁을 벌이는 상황을 의식하는 모습이었지만 이미 올해 초부터 화웨이는 기술력을 앞세워 5G-A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6월 상하이에서 열린 ‘MWC 상하이 2023’ 기조연설자로 나선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당시 순환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화웨이가 5.5G를 넘어 6G 시대를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5G에 비해 5G-A 기술은 속도가 10Gbps로 빨라지고 하나의 기지국으로 ㎢당 최대 100만개의 단말기를 연결 가능하다. 자율주행차와 드론, 자동화 시스템 공장 운영 등에 필요한 정보 전송이 가능해지고 에너지 절약 등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데이터 전송 속도와 신뢰성 부문에서도 5G보다 5G-A는 성능이 10배나 향상된다.
제조업 공장의 기능 전환도 빨라지게 됐다. 위안잔장 징궁자동화 산업스마트사업부 부총경리는 “무선환경 아래 각 생산라인을 모듈화시켜 자유자재로 이동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유선 케이블로 연결된 생산라인에선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마다 장비를 변경하기 위해 7일이 소요됐지만 이제는 5G-A 기술을 접목해 소프트웨어만 바꾸면 15분 만에 생산라인이 전환된다. 비용도 기존 대비 70~80% 절감할 수 있다.
유선 케이블은 시간이 지날수록 케이블이 마모되는 등 고장이 발생할 수 있지만 무선 네트워크로 전환돼 이런 문제점도 해결했다. 위안 부총경리는 “기존에 유선 케이블을 사용했던 공장은 1년에 60시간 가량 가동이 중단됐다”며 “5G-A 기술로 기계 고장이나 유선 케이블 유지·보수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줄고 생산속도는 훨씬 빨라져 연간 8억 달러(약 1조원)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