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박성근 국무총리실 비서실장이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다음 달 초 사임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참모들이 속속 용산을 떠날 채비를 하는 가운데 총리실에서도 핵심 인사들이 국회 입성을 위해 공직 사퇴를 준비 중인 셈이다. 정부 권력기관 가운데서는 야당과 극렬하게 각을 세우고 있는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총선에 뛰어들지 눈길을 끈다.
9일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박 실장은 한 총리에게 내년 총선 준비를 위해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실장은 이달 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BIE) 총회 출장을 끝으로 총리실을 떠날 것으로 전망된다. 박 실장은 부산 혜광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해 1994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바 있다. 대검 공안3과장, 인천지검 공안부장 등 검찰 요직을 두루 거친 뒤 지난해 6월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임명됐다. 한 총리와는 특별한 인연이 없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박 실장을 직접 한 총리에게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실장은 현재 부산 중·영도 출마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중·영도는 국민의힘 출신인 황보승희 무소속 의원의 지역구이다. 황보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혐의 수사와 사생활 논란 등으로 올 6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박 실장은 이곳이 ‘현역 프리미엄’이 사라진 지역구인 데다 정치 신인인 만큼 공천에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손영택 국무총리실 민정실장 역시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손 실장은 미래통합당 양천을 당협위원장 출신으로 21대 총선에서도 이 지역에 출마한 바 있다. 당시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했다. 지난해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했고 그해 7월 민정실장에 발탁됐다. 손 실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총선 출마 여부는 다음 달까지 고민해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정부 주요 권력기관 가운데는 감사원에서 최재형 전 원장에 이어 또 금배지를 달 관료가 나올지 관심을 끈다. 감사원 안팎에서는 유 총장의 출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유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 의혹,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고의 지연 감사 등을 진두지휘하며 야당의 화살을 한몸에 받고 있다. 민주당 출신의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감사와 관련해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표적감사’로 고발돼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더불어 민주당의 ‘공적(公賊)인 공직자’란 말이 나올 정도다.
감사원 관계자는 “유 총장의 출마 여부는 본인 이외에는 아무도 모를 것”이라며 “아직 공개적으로 출마에 대한 언급을 한 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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