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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 '맘충'도 '마녀'도 아닌…그저 이 시대의 '엄마들'

■맘카페라는 세계

정지섭 지음, 사이드웨이 펴냄





대표적인 맘카페 '레몬테라스'. 사진=레몬테라스 캡처


‘맘카페’는 현 시대 최고의 논쟁적인 공간이다. 수백 만 명의 회원이 가입한 맘카페 커뮤니티는 사회 한 축의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방적인 공간이어야 하지만 가입 조건은 까다로운 경우가 많다. 여자여야 하고, 까다로운 규칙에 맞춘 매너 있는 활동이 필수다.

그럼에도 수많은 ‘맘’들은 맘카페를 가입하고 다른 맘들과 친분을 이어가기 위해 애쓴다. 그렇게 어렵게 가입한 카페지만, 외부의 시선은 호의적이지 않다. ‘맘충’이라는 단어가 한국의 엄마들을 향해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지금, 맘카페라는 세계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저자는 워킹맘과 전업주부의 생활을 거치면서 맘카페에 빠져들었다고 고백한다. 우연히 지인에게 추천받은 후 가입한 맘카페는 일상에서 부딪치는 다양한 고민들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수행했다.



아이를 가지고 가정을 꾸려가는 과정은 험난하다. 평범하게 직장 생활을 하고 살아가던 여성들은 갑작스레 ‘엄마’라는 호칭을 받고 모성을 가져야 한다. 모성은 완벽함을 추구하게 하지만, 핵가족 시대에 육아에 대한 고민을 풀어놓을 마땅한 공간도 없다. 외로움과의 싸움에서 엄마들은 같은 고민을 지닌 ‘맘’을 만나 위안을 받는다.

맘카페는 천국이 아니다. 바이럴 광고가 가득하고 ‘가짜 맘카페’가 등장하는 등 대형 커뮤니티가 겪는 상업화를 피해갈 수 없다. 맘카페의 미덕으로는 ‘둥글둥글함’이 뽑힌다. 5년 간 직접 맘카페를 운영했던 저자는 이 같은 특성이 “이용자들이 ‘여자다움’ ‘엄마다움’을 내재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때론 ‘둥글둥글함’은 공격성을 숨긴 채 불편함을 토로하는 ‘프로불편러’의 특성이 되고, 피로감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함께 뭉쳐 정의를 실현한다는 신념이 강한 나머지 지나치게 정치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맘카페의 단점은 특별히 그들이 마녀이기 때문에 생기는 것은 아니다. 맘카페는 ‘갑질’ 논란으로 번번이 소환되지만, 사실 갑질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다. 대중은 맘들을 이기적인 모성이라 욕하기에 급급하다. 그러나 엄마를 향해, 더 나아가 육아와 가사를 향한 가치 절하가 이어지는 사회에서 출산과 육아에 선뜻 나서는 사람이 있을까. 엄마들도 자조적으로 “아이를 낳지 말아야 한다”는 충고를 내놓는 추세다. 저자는 타인을 의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엄마로서의 자존감을 훼손한다고도 지적한다.

맘카페는 이 사회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이곳에서 펼쳐지는 각종 인간 군상은 우리 사회처럼 저열하고 동시에 고귀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맘카페는 서로를 향한 연대감과 작은 신뢰를 통해 흩어지지 않을 단단한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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