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 대비 일본 엔화 가치가 33년 만에 최저치에 근접했다. 계속되는 엔저가 한국 등에 ‘근린궁핍화(자국 경제를 위해 다른 나라를 희생시키는 것)’를 일으키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4일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13일(현지 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151.92엔까지 상승(통화가치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최고치인 10월 21일(151.94엔)의 턱밑까지 오른 것이다. 이 수준만 넘어서면 엔화 가치는 1990년 이후 최저로 떨어지게 된다.
현재 일본 외환 당국은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에만 주의를 기울일 뿐 엔저 현상은 용인하는 모습이다.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은 14일 “환율은 경제 펀더멘털(기초 체력)을 반영해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환율의 과도한 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기본 생각이다. 환율 변동에 대응해 정부는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엔화 약세로부터의 긍정적인 효과는 극대화하면서 부작용은 완화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이미 가계의 부담을 완화하는 경제 패키지를 시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엔저에 따른 기업의 수출 경쟁력 강화는 유도하되 수입물가 상승 등으로 가계가 겪는 어려움은 정부 정책을 통해 상쇄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엔저는 우리나라 등 수출 의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무역협회는 올 8월 보고서에서 “한일 수출경합도 둔화 등으로 엔저의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엔·달러 환율 10% 상승 시 우리 수출 금액은 0.1% 감소로 이어지는 등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엔·달러 실질환율이 10% 오를 경우 한국 농수산물 수출 물량이 3.5% 줄어드는 것을 비롯해 기계류와 전기·전자제품 수출량도 각각 1.3%, 1.1% 축소될 것으로 분석했다.
또 엔화 약세는 일본으로의 관광객을 늘려 국내 소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3분기 여행수지는 35억 4310만 달러 적자로 분기 기준 2018년 4분기 이후 약 5년 만에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일본의 2023 회계연도 상반기(4~9월) 여행수지는 1조 6497억 엔 흑자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배나 폭증했다. 이 기간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258만 명이며 이 중 26%(329만 명)이 한국인이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