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교사가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서이초 교사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학부모 범죄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최근 경찰이 전국에서 발생한 교사 사망 사건들을 연이어 ‘범죄 혐의 없음’으로 종결하자 교육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 종결 예정이라고 밝혔다. 7월 18일 경찰이 20명 규모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수사를 개시한 지 4개월 만이다.
이날 송원영 서초경찰서장은 “고인의 통화 내역, 업무용 애플리케이션(하이톡) 내용, 업무 노트, 일기장, 메모, 병원 진료 내역 등을 확보해 분석하고 유족·동료 교사·지인·학부모 등 총 68명을 조사했다”며 “학부모의 지속적 괴롭힘이나 폭행·협박·강요 등 범죄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종결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유족 측 법률대리인은 “경찰 수사 내용과 관련해 정보 공개 청구를 마쳤다”며 “고인이 순직을 인정받아 억울함이 풀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 용인 기흥고 체육 교사가 학부모로부터 형사 고소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에 이어 서이초 사건까지 종결되자 교육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이 모(31) 씨는 “학부모의 고소·고발·민원은 괴롭힘이 아니라는 의미”라며 “동료 교사들 사이에서도 ‘힘 빠진다’ ‘앞으로 민원이 더 빗발칠까 걱정’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교원단체들도 성명을 내고 경찰에 재수사를 촉구했다.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을 통해 구성된 ‘공교육 정상화 전략기획팀’ 측은 이달 중 경찰의 사건 수사에 이의를 제기하는 수사심의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서울교사노조도 “고인에게 교육 활동 침해 행위를 한 학부모 등을 조사하고 관련 법률 등을 적극적으로 적용해 혐의점을 찾아야 했음에도 ‘혐의 없음’으로 종결한 것에 재차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경찰은 ‘심리 부검’ 운운하고, 해당 사건이 학교 일과 개인 문제가 얽힌 복합적인 사건이라며 조사를 종결한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교총 또한 “수사 종결을 바라보는 전국 교원들의 심정은 실망감을 넘어 ‘똑같은 일이 자신에게 생겨도 결말은 똑같겠지’ 하는 무력감과 자괴감으로 무너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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