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추진 중인 ‘메가시티 서울’ 정책이 안정감 있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단계적 편입’ 방안을 검토한다. 행정구역 통합으로 대상 지역에 미칠 여파를 줄이기 위해 완충 기간을 두는 방식이다. 서울시와 여당이 김포시 편입을 위한 밑그림 공조 작업에 나서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5일 서울시청에서 ‘뉴시티프로젝트특별위원회’와 만나 “갑작스러운 편입으로 인한 지역의 불이익이 없도록 하기 위해 6~10년간 기존의 자치권과 재정 중립성을 보장한 완충 기간을 두는 ‘단계적 편입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수도권 인접 도시가 서울로 곧바로 편입될 경우 행정·재정적 불이익이 예상되는 만큼 여당이 발의를 준비 중인 특별법에 편입 대상인 김포시 등을 일정 기간 ‘자치구’가 아닌 ‘자치시’ 형태로 두고 ‘하나의 서울’로 단계적인 통합이 이뤄지도록 ‘연착륙 장치’를 마련해두자는 취지다.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는 ‘보통교부세 불교부 단체’이므로 현재 제도 아래에서는 편입될 지방자치단체도 보통교부세를 받지 못한다. 또 국고 보조율 역시 타 광역 지자체 대비 10~30%포인트 낮게 적용받게 돼 재정 부담이 늘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함께 ‘경기도 산하 시장’이 ‘서울시 구청장’으로 지위가 바뀌면 도시계획 수립권 등 14개 분야 42개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게 된다. 이로 인해 ‘지방자치법’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법령 개정이 필요한데, 하나의 ‘특별법’에 관련된 내용을 모두 담으면 현재 대두되는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오 시장의 입장이다. 아울러 김포 등 노동 복합 도시의 수험생들이 지원 가능한 농어촌특별전형에 대해서도 폐지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 5~6년의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이 논의됐다.
‘메가시티 서울’을 둘러싼 각 지자체의 셈법이 복잡한 만큼 특별법에는 공동의 입장을 아우를 수 있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오 시장은 “특별법에 특정 도시에 국한된 것이 아닌 여러 인접 도시와의 통합 효과 등을 고려해 ‘공통으로 적용될 큰 틀의 원칙’을 마련해주시기를 바란다”며 “무엇보다도 수도권 시민이 원하는 바가 충분히 담길 수 있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특별법과 관련해) 특위와 수시로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며 “각 지자체장들의 바람이 분명히 있을 텐데 그런 점들이 특별법에 바람직한 형태로 담기리라 본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소속 유정복 인천시장이 ‘김포 서울 편입’을 공개 반대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저희들이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고, 이번 주중에도 예정돼 있다”며 “상호 간에 우려하는 바가 무엇인지, 시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깊게 논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경태 특위 위원장은 오 시장이 제시한 ‘단계적 편입 방안’에 대해 “아주 좋은 생각”이라며 “서둘러서 완전체로 만들기보다 5~6년 유예기간을 두는 내용을 특별법에 담는 게 좋겠다는 내용이 서울시장과의 회의를 통해 나왔다”고 했다. 특위는 또 김포·구리 등 해당 지자체들과 협의체를 꾸려 구체적인 유예기간 등 쟁점 사항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특위는 이날 오후에는 김포에 이어 ‘서울 편입’을 요구하는 경기 구리시를 현장 방문했다. 조 위원장은 “구리 시민들이 교통 체계 문제 등에 대해 서울시 편입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며 “앞으로도 편입을 희망하는 도시들을 방문해 시의 입장과 시민들의 바람, 건의 사항을 청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위는 16일 특별법을 발의할 예정이었으나 구리·하남 등 추가 희망 지역을 포함할지에 대해 김기현 당 대표와 최종 의견을 조율하기로 했다.
반면 야권은 여당의 서울 메가시티 추진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대전 대덕특구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국토 균형 발전은 우리 시대의 정말 핵심적인 과제”라며 “최근 서울 팽창론이 대한민국 지역 주민들에게 상당한 실망감과 좌절감을 주고 있다. 표를 얻기 위한 ‘던지기식 정책’ 남발은 국민과 국가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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