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원장의 채용과 임명에 대한 권한이 전적으로 학교법인 이사회나 설립자 개인에게 있어 이른바 ‘깜깜이’ 채용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립유치원도 공적 재원이 투입되는 만큼 인사상의 공공성과 투명성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교육 업계에 따르면 최근 원장 임명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고 있는 서울의 한 유명 사립유치원이 새로운 교사를 채용해 10일자로 원장에 앉혔다. 해당 유치원은 올 8월 채용된 지 2개월 된 교사의 원장 임명이 이사회 회의를 통해 가결돼 채용 비리 논란이 일었다.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로 채용 비리 의혹을 받던 교사의 원장 임명은 철회된 상태지만 이사회가 새로운 교사를 채용해 다시 원장 임명 강행에 나선 것이다.
해당 유치원이 속한 학교법인 이사회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사회 측의 일방적 결정에 반발하는 학부모들은 교육청에 이사회 ‘인맥’을 통한 낙하산 인사라는 민원을 제기했으며 새 원장의 경력 사항과 자격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부모는 “법적으로 원장 임명이 이사회의 권한이라고 해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나 생각이 들기도 한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담회가 끝난 지 불과 한 달도 안됐는데 그 사이에 한 기관의 장을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뽑으니 검증 과정이 과연 있었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교육청 측은 사립유치원 원장 인사는 법인의 경우 이사회의 권한이며 임명된 교사가 원장 자격증이 있다면 법적 절차에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교육청 관계자는 “이사회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원장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을 채용했다면 문제가 없다”며 “반드시 공개 채용을 해야 된다는 근거 법령이 없어 문제될 부분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행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사립유치원의 채용 권한은 학교법인 이사회나 설립자 개인에게 있어 자칫 ‘깜깜이’ 채용이 일어나기 쉬운 구조다. 2021년 사립학교 교원 채용의 1차 전형(필기시험)을 시도 교육감에 위탁해 실시하는 제도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이 개정안에 고등학교 이하 사립학교와 사립유치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특히 원장 자격증을 가진 교사의 경우 이사회 의결을 통해 임명되면 유치원 법인 혹은 설립자와 가족 관계가 아닌 이상 별다른 문제 없이 채용돼 유치원 구성원들과 학부모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 같은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립유치원도 교육부 교부금 등을 통해 공적 지원을 받는 만큼 인사의 공정성이 보장되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립유치원은 교원 인건비 보조로 한 해 2978억 원을 받고 있다. 이형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사립의 경우 여전히 개인 사업자의 성격이 강해 인사나 회계에 대한 투명성 담보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면서 “공공 재원이 투입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인사나 회계의 투명성과 공공성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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