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한창인 가운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원회 곳곳에서 여당의 반발 속에 예산 증액안을 단독으로 처리하고 있다. 수적 우위를 점한 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예산 늘리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회에 따르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산하 소위원회 가동 나흘째인 이날까지 각 상임위 예산안 심사에서 민주당 주도로 의결된 증액 규모는 수조 원에 달한다. 민주당은 14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예산소위에서 총 8000억 원가량을 증액한 예산안을 단독 통과시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예산안 중 과학기술계 연구원 운영비 지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포함한 4대 과기원 학생 인건비 등을 약 2조 원 늘리고 정부가 추진하는 글로벌TOP전략연구단지원사업·첨단바이오글로벌역량강화 등 부문을 포함해 1200억 원을 감액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 강행에 반발하며 집단 퇴장했다.
민주당은 각 상임위에서 여야가 합의하지 않은 부문에 대한 예산안 처리를 잇따라 강행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15일 전체회의에서 새만금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리며 총 1조 1800억 원이 증액된 예산안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10일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당초 정부 예산안에 없었던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7000억 원 증액을 포함한 예산안을 통과시켰으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도 새만금 관련 예산 약 2900억 원 증액을 주도했다.
예산 증액은 정부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추후 본회의에서 이 같은 예산안이 그대로 확정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민주당은 최근 여야 정쟁의 중심에 있는 연구개발(R&D)뿐 아니라 지역화폐,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등 예산에서 ‘묻지 마 증액’을 일삼으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16일 고용노동부의 내년 청년 취업 진로 및 일 경험 지원 사업 예산 2382억 원 전액을 삭감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최근 청년이 가장 원하고 기업이 원하는 청년 일 경험과 니트 청년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사업이 전액 삭감된 부분은 심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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