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악성 민원으로 대전 한 초등학교 교사를 죽음으로 내몬 가해 학부모 무리 중 한 집이 인근 지역으로 이사하자 해당 지역 주민들이 현수막을 내걸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근 대전 유성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 걸린 현수막 사진이 확산했다. 이 학교는 대전 교사 사망 사건 가해자의 자녀가 전학 간 학교로 알려졌다.
현수막에는 ‘OO동이 우습니? 만만해?’, ‘네 자식만 귀하냐? 내 자식도 귀하다!’, ‘뺨에 손이 맞지 않게 조심히 다니시오! 그 뺨이 누구 것이든 당신 아들 손보다 귀하오!’, ‘개과천선해서 우리 동네에 이사 온 거니? 아니면 또 사건 만들려고 이사 온 거니?’ 등 가해자를 맹비난하는 문구가 담겼다.
가해 부모 이사 소식은 지난 3일 한 포털 지역 카페에 ‘OO초 살인자 집안’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전해졌다.
당시 글쓴이는 “OO초등학교 5학년 O반 전학은 어제, 수학, 영어 학원은 일주일 전부터 다니고 있다”며 “가해자의 자녀가 전학하러 온 학교와 학원 등에 전화해 항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많은 주민이 이에 동의했고 해당 커뮤니티에서는 거리에 내걸 현수막 문구를 정하는 글이 올라왔었다.
앞서 20년 넘게 교직 생활을 했던 40대 교사가 지난 9월 5일 대전 유성구 자택에서 극단 선택을 한 뒤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이후 병원에 이송됐지만 이틀 만인 같은 달 7일 오후 6시쯤 숨졌다.
해당 교사는 근무하던 중 친구를 폭행한 학생을 교장실에 보냈다는 이유로 해당 학생 부모로부터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하고 수년간 민원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교사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악성 민원을 제기했던 학부모들 일부 개인정보가 온라인상에 확산했고 이들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시민들은 해당 학부모가 운영하는 김밥집과 미용실에 찾아가 비난 메모를 붙였고, 네티즌들은 온라인에서 해당 영업점에 대한 별점 테러를 했다. 결국 김밥집은 프랜차이즈 본사로부터 가맹 해지 돼 간판을 내렸고 미용실은 영업을 중단했다.
현재 주민들 반발을 불러온 가해자는 이들 중 미용실을 운영하던 학부모로 추정된다. 해당 학부모는 네티즌들의 비난에 해명 글을 썼다가 논란을 부추기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아이가 친구 뺨을 때린 일을 두고 “친구와 놀다 아이 손이 친구 뺨에 맞는 일이 발생했다”고 적었다. 또 교사가 아이를 지도하는 방식을 두고 ‘인민재판’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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