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6일(현지시간) 참석하기로 했던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대담 세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날인 15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X(엑스·옛 트위터)에서 반유대주의적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것이 문제가 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17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당초 머스크는 16일 오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와 ‘인공지능(AI)과 미래’라는 주제로 대담에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행사 주최 측은 “일정 변경으로 머스크가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머스크가 원격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주최 측은 “모든 연사가 직접 (대면) 참여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APEC CEO 서밋에서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머스크는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마련한 만찬에서도 만찬 직전의 VIP 리셉션에는 참석했지만, 식사 없이 행사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사는 미국의 거물급 기업인들이 총출동한 자리로 만찬 티켓을 구하려는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머스크의 이례적인 ‘빠른 퇴장’은 더 주목받았다.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머스크의 반유대주의 동조 비판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머스크는 전날 반유대주의 관련 X 게시글에 동의하는 댓글을 달아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 이용자가 ‘유대인 공동체는 자신들에 대한 증오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백인들에 대해 그런 증오를 부추기고 있다’고 쓴 글에 “당신은 실제 진실을 말했다”고 답변한 것이다. 머스크는 또 비영리 유대인 단체인 반(反) 명예훼손연맹(ADL)을 언급하며 “서방의 대다수가 유대인과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있는데도 ADL은 부당하게 서방인 대다수를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머스크는 ADL이 광고주에 압력을 가한 탓에 미국에서 X의 광고 매출이 60% 줄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반면, 일정 변경이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우주선 시험비행 발사 일정이 연기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스페이스 X는 달과 화성에 사람과 화물을 보낸다는 목표로 ‘스타십’ 우주선을 개발 중이며 당초 17일 오전 두 번째 시험비행 발사를 시도하려다 일정을 하루 늦췄다.
한편, X 플랫폼에서 기업 광고가 나치 콘텐츠 부근에 노출됐다는 지적으로 논란이 된 가운데 관련 기업 중 하나인 아이비엠(IBM)은 X에 대한 광고 집행을 중단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IBM은 이날 “증오의 표현과 차별을 용납할 수 없다”며 “이 상황에 대해 자체 조사하는 동안 X에 대한 모든 광고를 즉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디어 감시단체 미디어 매터스는 X플랫폼상에서 IBM을 비롯해 애플·오라클 등의 기업 광고가 반유대주의적 콘텐츠 부근에 노출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고, X는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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