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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개인의 이익 염두 안해…모든 역량 집중할 기회달라"

■결심 공판서 최후진술

檢, 3년2개월 만에 징역 5년·벌금 5억 구형

이재용 "합병으로 주주 피해 상상 못해"

檢 "공짜 승계로 자본시장 훼손"

李측 "지배구조·주주이익에 부합

외형 성장 위한 경영상 판단" 반박

법원, 내년 1월26일에 1심 선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관련 1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검찰이 17일 징역 5년에 벌금 5억 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공짜 경영권 승계”라며 날을 세웠다. 이 회장 측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외형 성장과 지배구조 개선, 주주 이익까지 부합한 행위였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회장은 최후 진술을 통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서 개인 이익을 염두한 바가 없다”며 “삼성이 국민 사랑을 받는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할 기회를 달라”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지귀연·박정길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의 결심 공판에서 이 회장은 “삼성 가족, 주주,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면목이 없다”는 사죄의 말로 최후 진술을 시작했다. 이 회장은 “106차례나 거듭된 재판 과정에서 삼성에 대한 국민 기대 수준이 높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빠른 기술 혁신 속에 회사 존속·성장과 함께 국민에게 사랑받는 게 저의 목표였다”며 두 회사 합병도 같은 취지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특히 “지배구조 투명화가 사회 전반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으로 주주들께 피해를 입힐 생각은 맹세코 상상조차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병철 회장님이 창업하고, 이건희 회장님이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신 삼성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시켜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것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며 “지속적 이익 창출을 통한 일자리 창출, 소액주주 존중, 성숙한 노사 관계 정착 등 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고개를 숙였다. 10분간 이어진 최후 진술에서 이 회장은 함께 재판에 넘겨진 관계자들에 대한 선처를 요청하는 대목에서 목이 멘 듯 목소리가 갈라지기도 했다.

검찰은 이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과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에게는 징역 4년 6개월에 벌금 5억 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회장 등에게 적용된 혐의는 크게 △자본시장법상 부정 거래 행위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상 거짓 공시 및 분식회계 세 가지다. 당시 경영권 승계 등을 목적으로 이 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것이다. 법원 선고 일자는 내년 1월 26일이다.



이날 결심 공판에서 양측은 첨예한 입장 차를 보였다. 검찰은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이 회장이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점, 실질적 이익이 이 회장에게 귀속된 점 등을 구형 이유로 거론했다. ‘그룹 총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한 사건으로 해당 과정에서 각종 위법된 행위가 동원된 말 그대로 ‘삼성식 반칙’의 초격차를 보여줬다’는 게 검찰 측 입장이다. 양 사 합병을 두고 삼성이 경영권 승계가 아닌 신성장 동력 확보라고 설명했으나 명분에 불과하다는 게 검찰이 내린 결론이다. 또 합병 자체가 양 사가 자체적으로 결정한 게 아니라 삼성 미래전략실에서 주도했고 6조 원이라고 밝힌 시너지 효과도 진지한 검토 없이 발표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 회장 측은 △합병 △수사 △주가 측면에서 방어 논리를 폈다. 우선 이 회장 측 변호인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외형 성장 △지배구조 △주주 이익까지 부합하는 경영상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합병이 유가 하락, 실적 악화 등 상황에 대한 타개책이었지, 검찰이 주장하는 이른바 공짜 경영 승계를 위한 게 아니었다는 논리다. 변호인들은 양 사 합병이 70% 이상 주주가 찬성해 주주총회를 통과했고 합병 직후 미수금 등 3조 원의 부실이 현실화됐다는 점, 미합병이었다면 심각한 주가 하락이 발생할 수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꼽았다. 검찰이 한쪽 측면만 고려한 수사를 했다는 점도 제기했다. 삼성물산 지분을 판 기관투자가들을 제외하고, 매수한 트러스톤자산운용만 조사했다는 게 이 회장 측이 내세운 근거다. 해외 주주 가운데서도 찬성이 아닌 합병을 반대한 곳만 조사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이 합병 과정에서 두 회사 지분을 거래했다는 점에서 검찰이 주장하는 공짜 경영권 승계라는 표현도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회장 변호인 측은 “해당 사건은 2020년 9월 1일 기소돼 총 106회 공판에서 양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등 3년 2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나 검찰의 주장을 보면 다시 시간을 되돌릴 듯 보인다”며 “공판 과정에서 밝혀진 사안은 제시하지 않고 기소 당시 수사 기록에 기초해 사건 판단이 내려져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는 ‘검찰 수사가 시작은 요란했으나 알맹이는 없는 게 아니냐’는 법조계 일각의 시각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검찰이 해당 사건에 대한 첫 강제수사에 착수한 건 2018년 12월 18일로 2020년 9월 1일 기소 전까지 1년 10개월 가까이 수사했다. 게다가 이 회장의 요청으로 소집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권고했으나 검찰은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으로서 사법적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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