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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환자가 중심이 되는 보건의료정책

■오동욱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회장

오동욱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회장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95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8.4%에 달한다. 국내 암 환자는 200만 명, 희귀 난치성 질환자는 80만 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인구가 점차 고령화되고 중증 질환자 수도 꾸준히 늘면서 자연스레 우리 사회에서 환자가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도도 높아졌다. 보건의료 정책과 제도도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환자 중심’의 방향성이 추진되고 있다. 그렇다면 환자들의 목소리는 어디서 나올까. 가장 영향력 있는 창구는 환자 단체라고 할 수 있다.

환자 단체는 ‘환자의 투병과 권익 증진을 지원하기 위해 환자가 조직한 단체’로 정의할 수 있다. 국내에는 큰 규모의 연합회를 비롯해 다양한 질환별로 수많은 환자 단체가 존재한다. 환자 단체들은 질환에 대한 상담과 답변을 제공하는 일부터 보건의료 환경을 환자 중심으로 조성하기 위한 활동까지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환자 단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보건의료 제도 및 법령의 의사 결정 과정에 실수요자인 ‘환자’ 이름으로 참여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환자 단체를 보건의료 정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룹으로 인지하고 있다. 보건의료 시스템을 개정할 때도 이들의 의견을 적극 참고한다. 예를 들어 호주의 희귀 암 환자 지원 단체인 ‘RCA(Rare Cancer Australia)’는 희귀 암 문제의 시급성을 알리고 정부의 제도적 방치를 막는 것을 주된 목표로 삼고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호주에서 면역 항암제의 1차 치료 급여가 다른 나라보다 빠른 2018년부터 적용되는 데도 RCA를 비롯해 환자들의 목소리가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RCA는 지속적으로 정부 회의에 참여하며 호주 의약품급여자문위원회(PBAC)에도 희귀 암 치료제 급여 적용의 필요성을 제안하고 있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보건의료 정책 결정 과정에서 환자 단체의 역할이 커지는 추세다. 의약품의 급여 등재를 결정하는 정부 산하기관인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2019년부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2016년부터 환자 단체가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는 고무적인 성과다. 한국처럼 특수한 국민건강보험 제도 안에서 환자와 이를 대표하는 환자 단체가 의사 결정 과정에서 참여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지난해 국민 1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보건의료 정책 결정에서 환자들의 직접 참여가 확대돼야 한다’는 데 81.4%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국민들도 환자의 목소리가 존중받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유명 장애 인권 운동의 슬로건인 ‘나싱 어바웃 어스 위드아웃 어스(Nothing about us without us·우리 없이 우리에 대한 것은 없다)’는 당사자들의 이야기와 입장을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내 환자 단체의 상황에도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의미의 환자 중심 보건의료 정책은 의사 결정에서 환자의 참여가 확대되고 환자 전담 소통 창구가 마련될 때 실현 가능하다. 하루빨리 환자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보건의료 시스템이 갖춰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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