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중국 경제가 완만한 U자형으로 회복하고 내년에도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제조업과 인프라 분야에 투자 확대를 통해 고용이 증가하고, 이는 다시 소득 증가와 소비 확대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중국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부동산 부문은 대출 규제 완화로 인해 거래가 점차 활성화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반면 대중국 제재가 지속되고 글로벌 경기 부진과 지정학적 위험 장기화 될 경우 중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중국 베이징 하얏트호텔에서 ‘중국진출 한국기업의 최근 경영실태와 2024 한중 경제전망’을 주제로 열린 제90회 베이징 모닝포럼에서 김재덕 산업연구원 베이징지원장은 올해 연말과 내년 이후 중국 경제에 대해 이렇게 전망했다.
김 지원장은 중국이 핵심 첨단 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와 인프라 투자, 탄소중립 관련 투자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중국은 지난 6월 제3기 반도체 펀드로 3000억위안(약 5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2014년 제1기(1387억위안), 2019년 제2기(2000억위안) 대비 크게 늘어난 규모다. 중국은 전기자동차 충전 인프라 구축도 확대하고 있다. 김 지원장은 “민간투자 활성화 유도, 생산성 향상, 대중국 제재에 대응한 기술자립, 부동산 활성화 등을 통한 경기 활성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앞서 중국 당국이 금리와 지급준비율을 인하하고 대출규제를 완화해 유동성을 확대한 것을 중국 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해석했다.
재정지출 여력이 개선된 것도 향후 경제 회복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은 연초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고 상반기까지 특별한 재정 지출을 하지 않았고, 6월 중순 이후 다양한 경기 부양책을 내놨지만 재정이 투입된 정책은 없었다. 하반기에도 경기가 더디지만 개선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재정이 들어가는 부양책을 실시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그만큼 필요시 재정을 투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지원장은 대중국 제재 강도 심화와 범위 확대 등 중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 요인들도 거론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중국의 전기차 수출이 늘어나자 대중국 전기차 보조금 조사에 나섰다. 중국을 향한 미국의 반도체, 배터리 관련 추가 규제 가능성도 여전하다.
글로벌 경기 부진에 따른 수요 둔화와 교역량 감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장기화 등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 고조도 우려된다.
김 지원장은 중국 첨단산업이 전 세계로의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올해 10월까지 누적 392만2000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59.7% 증가했다. 특히 신에너지차 수출은 99만5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1%나 급증했다. 그는 “‘메이드인차이나(made in China)’에서 ‘브랜드인차이나(brand in China)’가 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글로벌 금융기관 등에서도 올해와 내년 중국 경제 성장률을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7일 올해와 2024년 성장률 전망을 기존 각 5%와 4.2%에서 5.4%와 4.6%로 높여 잡았다. HSBC 역시 22일 올해 4.9%와 내년 4.6%로 전망했던 수치를 5.2%와 4.9%로 상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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