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디지털플랫폼정부’ 전환의 핵심 사업으로 꼽는 모바일 신분증 시스템이 멈추면서 1주일 새 4번째 정부 전산망 먹통 사태가 발생했다. 정부는 아직도 첫 전산망 마비의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해 진땀을 빼고 있다.
24일 행정안전부와 한국조폐공사에 따르면 정부 모바일 신분증 웹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이 중단됐다. 운영기관은 시스템 장애로 오전 9시 10분부터 11시 20분까지 모바일 신분증 전자증명서 발급 및 유통 서비스가 중단되고 오후 1시 57분부터는 모바일 운전면허증과 국가보훈등록증 발급이 불가능했다고 공지했다.
특히 부산에서 개최된 ‘2023 대한민국 정부 박람회’ 행사장 내 조폐공사 부스에서도 모바일 신분증 발급 서비스가 중단돼 망신을 샀다. 조폐공사는 “운영 서버 자체 점검 중 환경 설정 오류로 서버가 다운됐다"며 “환경 설정을 복구하고 서버를 재가동해 오후 6시 현재 신규 발급을 제외한 나머지 기능은 정상 작동 중”이라고 설명했다.
모바일 신분증은 개인 스마트폰에 저장해 보통의 플라스틱 신분증처럼 사용할 수 있는 신분증이다. 지난해 7월 운전면허증을 시작으로 처음 도입됐다. 운전면허증 외에 국가보훈등록증도 모바일로 발급받을 수 있다.
정부 전산망 마비는 1주일 새 4번이나 벌어졌다. 이달 17일 공무원 전용 행정 전산망인 ‘시도 새올행정시스템’과 온라인 민원 서비스인 ‘정부24’가 마비되면서 초유의 민원 서비스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같은 날 행안부 시스템과 연동된 외교부 인사관리 시스템도 오류를 일으켰다.
22일에는 전국 주민센터 주민등록시스템에서 일시 장애가 발생했으며 23일에는 조달청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 접속에 차질이 빚어졌다. 공공 입찰에 차질이 생기면서 조달청은 지연 시간과 복구 2시간 이내 입찰 건 약 1600건을 일괄적으로 연기했다. 행안부는 “해외 특정 인터넷주소(IP)에서 조달청 나라장터로 집중 접속해 일시적인 과부하로 인한 일부 장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최근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행정망 마비의 원인을 1주일째 찾고 있지만 정확한 이유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이날 오전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민간 플랫폼에서 주민등록등·초본 등 증명서를 발급해주는 정부 전자증명서 발급 서비스도 중단되는 일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행정망 마비 사태가 앞으로 계속될 수 있다며 정부가 시스템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송천 KAIST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행안부 시스템과 타 부처 시스템이 연동돼 있기 때문에 행안부는 우리나라 주전원 스위치나 마찬가지”라며 “일련의 사태가 다 연장선상에 있어 봇물 터지듯 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복구 이후에도 이어지는 전산망 마비가 사이버 공격에서 비롯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장항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조심스럽지만 의도성이 있는 공격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면서 “행정 서비스에서 사용하는 보안 프로그램을 노리면 서버가 쉽게 위험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안부는 이날 ‘지방행정전산서비스 개편 태스크포스(TF)’를 열고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범정부적 컨트롤타워 체계와 정보 시스템 이중화·백업 체계를 정비한다. 또 법적 재난 및 사고 유형에 국가전산망 마비를 명시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행정 시스템의 대대적인 개편뿐 아니라 대응 및 복구 매뉴얼 정립, 민간사업자의 참여 구조 개선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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