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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울산 하늘 수놓는 떼까마귀 군무

태화강 인근서 수만 마리 관측

군무, 내년 1월께 절정 이룰 듯

지난 22일 울산 태화강에서 펼쳐진 떼까마귀 군무. 사진제공=울산시




올해도 어김없이 ‘겨울 진객’이라 불리는 떼까마귀가 울산을 찾아 초저녁 도심 하늘에서 군무를 펼치고 있다. 지난 2002년부터 울산을 찾은 떼까마귀는 어두운 생김새와 배설물 등으로 기피 대상이었으나, 해충을 먹어 농사를 돕고 생태도시 울산을 알리는 길조로 인식되면서 시민의 마음을 힐링하고, 더 나아가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26일 울산시에 따르면 올해 떼까마귀는 지난해 보다 하루 빠른 10월 17일 태화강 인근 삼호대숲에서 첫 모습이 관찰됐다. 현재 수만 마리까지 늘어난 떼까마귀는 1월께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떼까마귀가 가장 많이 관찰된 해는 2020년으로 11만여 마리까지 늘었다. 이후 조금씩 줄어 지난해엔 7만여 마리가 겨울을 지냈다. 기후변화와 먹이 감소가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떼까마귀가 울산에 둥지를 튼 이유는 태화강에 위치한 삼호대숲이 12만5000㎡로 수용 규모가 큰 데다 천적인 뱀과 황조롱이, 수리부엉이가 적기 때문이다. 또 태화강 외곽으로 농경지가 발달해 낟알과 해충 등 먹기 구하기가 쉽다. 실제 떼까마귀는 해 뜨기 전 삼호대숲에서 나와 경북 경주와 영천, 경남 밀양과 양산, 김해 등 15㎞ 반경까지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떼까마귀는 둥지를 떠날 때와 다시 돌아올때 1시간여 동안 군무를 펼친다. 천적으로부터 안전한 지 확인하는 단체행동이다. 특히 늦은 오후 서서히 삼호대숲 인근으로 모여든 떼까마귀가 전깃줄 등에 앉아 쉬다가, 해질녘 둥지 근처로 일제히 모여 펼치는 군무는 감탄을 자아낸다.



떼까마귀의 군무는 울산의 관광상품이 됐다. 울산시는 떼까마귀가 본격적으로 돌아온 이달 초 버드페스티벌을 열었으며, 삼호대숲이 있는 남구는 24일과 25일 이틀간 삼호 버드 페스티벌을 열기도 했다.

반면 떼까마귀로 인한 피해는 배설물에 집중된다. 주택과 차량에 주로 피해를 준다. 울산시는 십리대숲 인근 주민으로 꾸린 ‘까마귀 배설물 청소반’을 이달 6일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3개조 9명으로 이뤄진 배설물 청소반원은 차량과 도로 등에 떨어진 까마귀 배설물을 일일이 닦아낸다. 울산시는 지난해 관광객을 대상으로 사전 신청을 받아 까마귀 배설물을 맞으면 5만 원 상당의 쿠폰을 지급하는 ‘운수대똥’ 행사를 열기도 했다.

떼까마귀는 3월까지 이곳에서 지내다 중국과 러시아로 떠난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가 울산시 야생동물구조센터와 함께 국내에 월동하는 개체에 위치추적발신기를 부착해 이동경로를 추적한 결과, 올해 3월 우리나라를 떠나 북상한 떼까마귀는 중국 북동부 헤이룽장성과 러시아 아무르주 일대로 이동해 여름을 보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낮 경북 경주시 양남면의 한 도로에 떼까마귀가 먹이활동을 하며 쉬고 있다. 경주=장지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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