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프라이데이(11월 넷째 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 날)였던 24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몽고메리카운티에 있는 필라델피아 프리미엄 아웃렛. 진입하기 약 5㎞ 전부터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아웃렛을 찾은 인파로 주차장이 만차가 되고 그 여파가 도로까지 이어졌다. 펜실베이니아 앨런타운에서 왔다는 3명의 20대 여성은 “블랙프라이데이라서 정체를 감수하고 왔다”고 말했다.
블랙프라이데이부터 크리스마스·연말연시로 이어지는 11~12월 ‘홀리데이 시즌’은 미국의 연중 최대 쇼핑 시즌이다. 올해의 경우 지난달 재개된 학자금대출 상환이나 초과 저축 소진 여파로 쇼핑 열기가 예전같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적어도 당일 판매 현장에서 소비 둔화 신호는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필라델피아 아웃렛은 토리버치·코치 등 중고가 브랜드부터 3개 20달러짜리 액세서리를 파는 저가 매장까지 가격대를 가리지 않고 인파가 몰렸다. 몇몇 매장은 낮부터 해가 진 후까지 입장 대기 행렬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매년 이곳에 쇼핑하러 온다는 한 흑인 중년 남성은 “지난해와 비교해 인파가 줄지 않았다”면서 “브랜드에 따라 다르지만 할인 폭이 좋은 곳도 많아 여러 군데서 물건을 샀다”며 서너 개의 종이봉투를 들어 보였다. 옷 정리를 하고 있는 한 의류 매장 직원은 “많이 바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이쿠야(Oh My Gosh)”라며 “올 들어 가장 바쁜 날인 것 같다”고 답했다.
필라델피아 아웃렛뿐 아니라 각지의 주요 판매점에는 지난해 이상으로 인파가 몰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뉴욕에 위치한 우드버리 아웃렛의 경우 이용객들 사이에서 “주차에만 한 시간이 걸렸다”는 방문 후기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메이시스·월마트 등 여러 소매 업체들이 지난해보다 올해 블랙프라이데이에 더 많은 인파가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온라인 시장의 열기도 뜨거웠다. 어도비 애널리틱스는 블랙프라이데이 당일인 이날 온라인 매출이 전년보다 7.5% 증가한 98억 달러(약 12조 8000억 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비벡 판디야 어도비 수석애널리스트는 “지난 한 해 동안 (인플레이션 때문에) 전략적 소비자들이 늘었는데 특별한 날을 잘 활용해 할인 혜택을 극대화하려는 모습이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장기간 이어진 인플레이션과 얇아진 지갑 때문에 소비자들의 예산은 빠듯한 모습이었다. 어도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미 소비자들은 또한 ‘선구매·후결제’ 방식으로 7900만 달러(약 1031억 원)를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47%나 증가한 것이다. 이번 블랙프라이데이에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장난감·게임과 함께 스마트워치·TV 등 전자 제품으로 나타났다.
매출 부진에 대한 업체들의 경계심도 남아 있다. 제프 제넷 메이시스 최고경영자(CEO)는 “시작은 좋았지만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며 “훌륭한 블랙프라이데이를 보냈다고 해서 홀리데이 시즌 전체가 훌륭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제 전문 방송 CNBC는 “온라인에서 할인 행사가 많이 열리는 사이버 먼데이(추수감사절 연휴 다음 월요일) 이후에는 소매 업체들이 할인 폭을 축소하면서 나머지 연휴 기간에는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고객관계관리(CRM) 소프트웨어 기업인 세일즈포스는 올해 11월과 12월 미국의 온라인 소매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최근 5년간 가장 작은 폭의 성장세다. WSJ는 “미국인 수백만 명이 블랙프라이데이에 쇼핑을 했지만 소매 업체들은 이번 ‘홀리데이 시즌’에 쇼핑객들이 돈을 덜 쓰는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소매 판매뿐 아니라 추수감사절 여행 수요로 전국 주요 여행지도 북적였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추수감사절 전날부터 5일간 총 5540만 명이 여행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으며 이는 2005년과 2019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많은 수치다. 이 중 4910만 명은 자동차 여행을, 470만 명은 항공편을 이용할 것으로 추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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