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행정망 장애가 1주일 새 네 번이나 불거지면서 정부 전산 서비스가 불안한 모습을 이어가는 가운데 소방 시스템과 연계된 민간 통신망에서도 오류가 발생했다. 전산망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소방 당국의 긴급 구조 시스템도 마비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여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7일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부터 9시 37분까지 서울소방재난본부가 운영하는 서울종합방재센터 통신망 오류로 차량동태관리시스템(MDT)이 1시간 37분가량 작동을 멈췄다.
MDT는 긴급 상황 발생 시 신고자의 위치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단말기로, 소방차의 내비게이션 역할을 한다. MDT가 먹통이 되자 서울종합방재센터 종합상황실은 소방대원들에게 업무용 휴대폰을 이용해 신고 위치로 출동하도록 안내했다.
장애 원인은 KT의 기업 전용 LTE(4세대 이동통신) 통신망 문제로 파악됐다. KT는 “서울소방방재센터에 제공하는 인터넷 회선이 작업 오류로 일시 중단됐다가 복구됐다”며 “재발 방지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소방청은 “오전 8시 25분 서울종합방재센터 통신장비와 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이상이 없어 통신사에 확인 요청을 했다”며 “장애 시간 동안 신고 접수 및 출동 지령 업무에 지장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는 최근 연쇄적으로 이어진 행정망 장애 원인과는 다르지만 통신 장애로 정부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알려준 사례다.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서버 문제로 17일 대국민 민원 서비스 사이트 ‘정부24’와 공무원 전용 행정전산망 ‘새올’이 마비된 뒤 주민등록 시스템 이상(22일), 조달청 공공입찰 플랫폼 ‘나라장터’ 장애(23일),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 중단(24일) 사태가 연이어 터졌다.
한편 최근 행정전산망 마비를 일으킨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지난해 책임 운영 기관 종합 평가에서 하위권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행안부가 최근 공개한 ‘2022년도 책임운영기관 종합평가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S·A·B·C 등급 가운데 B등급을 받았다. 등급 뿐만 아니라 종합평점으로 따져도 관리원의 순위는 44개 기관 중 34위에 그쳤다.
보고서는 지난해 10월 국세청 내부 시스템(국세행정시스템·NTIS) 접속 오류, 11월 우체국 모바일 스마트뱅킹 서비스 장애 모두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운영하던 서버 문제에서 비롯됐다며 시스템 안정화를 주문했지만 1년만에 또 사회재난에 준하는 마비 사태가 벌어졌다. 평가단은 “중요 국가정보시스템 운영 상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안정적 시스템 운영에 대한 대응 노력이 미약했다”며 “개선요구 사항에 대한 심층적 분석을 통한 종합적 대안 마련 등 획기적인 개선 노력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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