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너무나 친숙한 ‘관성모멘트’…“근데 무슨 뜻이지?”

MOI는 물체가 계속 회전하려는 힘의 크기

수치 높을수록 안정성과 빠른 스피드 제공

최근 용품트렌드 점점 더 관용성 강조 추세

2024년 드라이버 키워드도 ‘MOI’에 방점

전 세계 현역 프로 골퍼 중 가장 멀리, 똑바로 샷을 날리는 로리 매킬로이가 이달 초 DP월드 투어 챔피언십에서 티 샷을 날리고 있다. 매킬로이는 벌써 내년 신제품을 들고 나왔다. 사진=Getty Images




골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딱 두 가지다. ‘더 멀리’와 ‘더 정확하게’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골프클럽 제조업체들의 연구는 결국 이 두 가지를 만족시키는 것으로 귀결된다. ‘더 멀리’가 핫 트렌드이던 시대를 지나 지금은 ‘더 정확하게’가 좀 더 강조되면서 기울었던 무게 중심이 균형을 맞춰가고 있는 듯하다. 경제 발전 단계가 일단 양적 팽창을 이룬 뒤 질적 향상을 꾀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유행을 선도한다는 광고 문구를 봐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약 40년 동안 드라이버 광고 문구의 주요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소재와 관련해서는 스틸, 티타늄, 카본으로 발전해 왔다. 기술과 관련해서는 고반발, 빅 헤드, 관성모멘트, 셀프 피팅 등으로 진화를 해왔다.

MOI는 계속 회전하려는 힘의 크기수치 클수록 관용성 커

드라이버를 넘어 페어웨이우드, 아이언, 그리고 퍼터까지 범주를 확장하면 어떨까. ‘관성모멘트’라는 단어가 공통적으로 자주 사용된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관성모멘트가 어느새 골퍼들에게 가장 친숙한 단어가 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관성모멘트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을까. 관성모멘트에 대해 물어보면 그에 관한 답을 내놓을 수 있는 골퍼는 과연 몇이나 될까.

이런 괴리 현상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관성모멘트가 눈에 보이는 물질이나 색, 크기 등 물리적 실체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관성모멘트는 숫자로 표현되는 추상 개념이다. 더구나 물리학 용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럽 제조업체들이 자사 제품을 소개하는 표현의 주요 수단으로 관성모멘트를 선택하는 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일단 관성모멘트가 어떤 개념인지부터 살펴보자. 관성모멘트는 영어로는 ‘모멘트 오브 이너셔’(Moment Of Inertia)’다. 흔히 줄여서 ‘MOI’라고 한다. MOI는 회전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려는 물체가 계속 회전하려는(관성) 성질의 크기를 나타낸 것이다. MOI의 단위는 제곱센티미터 당 그램(g/㎠)이다. 클럽의 헤드가 무게 중심을 축으로 회전을 지속하려는 힘이 골프클럽에 작용하는 대표적인 MOI다. 이 MOI를 달리 표현해 헤드의 뒤틀림에 대한 저항이라고도 한다. MOI 수치가 높을수록 회전하는 힘이 크고 그 클럽은 관용성이 높다.

올드 드라이버(왼쪽) 헤드는 작고, 무게 중심은 페이스와 가깝다. 최신 드라이버의 헤드는 크고, 무게 중심은 뒤에 있다. MOI는 헤드가 크고 무게 중심이 뒤에 있을수록 크다. 높은 MOI를 가진 클럽은 빗맞은 샷에 대해서도 안정적인 방향성과 빠른 볼 스피드를 제공한다.


‘선한’ MOI가 골퍼에게 끼치는 영향

대부분의 골퍼들에게 높은 MOI는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볼이 헤드의 바깥쪽인 토 부분에 맞게 되면 페이스는 열리는 방향으로 뒤틀리게 된다. 헤드 안쪽인 힐에 임팩트가 이뤄지면 페이스는 닫히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그 결과 볼은 의도했던 방향으로 날아가지 못하게 되고, 충분한 스피드도 얻지 못해 비거리 역시 감소한다. 그러나 MOI가 높은 클럽은 중심을 벗어난 샷에서도 방향의 안정성이 크고, 비거리 감소도 적다.

높은 MOI는 드라이버뿐만 아니라 골프백의 모든 클럽에 도움이 된다. MOI가 높은 아이언은 볼을 좀 더 정확하게 멀리 날아가게 하고, 높은 MOI를 가진 퍼터 역시 중심을 벗어난 스트로크에도 방향의 오류와 스피드 감소를 막아준다.

이런 ‘선한’ MOI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헤드 크기, 소재, 모양, 무게, 그리고 무게 중심 위치 등이다. 크기가 클수록, 무거울수록, 주변부에 무게가 더 많을수록, 무게 중심은 뒤에 있을수록 MOI는 높아지게 된다. 부피와 무게의 함수라고 할 수 있다.

높은 MOI는 드라이버 뿐만 아니라 아이언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페이스 안을 파내는 신공법은 무게를 '채굴'하기 위한 과정이다. 테일러메이드 P790 아이언 세트 내부 모습. 사진 제공=테일러메이드


시대별 기술의 혁신

초기 메탈우드가 나왔을 때만 해도 헤드 사이즈는 140cc에 불과했다. 당시 퍼시몬 우드의 헤드는 200cc 정도였다. 스틸 헤드도 점차 커지긴 했지만 곧 한계에 봉착했다. 스틸은 충분히 강하지 못해 헤드 사이즈를 키웠을 때 페이스가 구부러지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해결한 게 1990년대 중반부터 유행한 티타늄이다. 강하고 가벼운 티타늄 덕분에 헤드 부피가 증가하면서 빅 헤드 열풍이 불었고, 반발계수(COR)도 덩달아 늘었다. MOI도 증가했다. 하지만 당시 핫 트렌드는 반발계수와 빅 헤드였기 때문에 제조업체들은 굳이 MOI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헤드 사이즈는 한계치인 460cc에 금세 도달했고, 반발계수 역시 규정상 0.830에서 머물게 되면서 업체들이 찾은 돌파구는 MOI다. 무게를 주변부에 좀 더 배치하기 위해 한때 헤드를 사각 형태로 만들어보기도 했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다. 전통적인 디자인에서 탈피한 새로운 디자인이 충분한 반대급부를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헤드 형태로 얻는 추가적인 MOI보다 낯선 디자인과 타구음에 대한 시장의 거부감이 더 컸던 것이다.

엔지니어들의 선택은 결국 ‘무게’였다. 그렇다고 클럽을 무작정 무겁게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정된 무게 안에서 최적의 소재와 디자인을 결합하는 설계의 예술을 발휘해야 한다. 엔지니어들이 ‘무게를 줄이는 건 황금을 발견하는 것과 같다’거나 ‘무게를 채굴한다’고 표현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1979년 테일러메이드의 게리 애덤스가 퍼시몬(감나무)에서 탈피해 메달 우드 시대를 열었고, 이후 티타늄, 카본 복합 소재로 혁신을 거듭해 온 것도 무게가 주요한 이슈로 작용한 결과다. 잉여 무게를 통해 무게를 재배치하거나 부피를 늘려 MOI를 높인 것이다.

페이스를 카본으로 제작한 테일러메이드의 스텔스2. 카본우드 시대의 도래도 결국은 MOI의 증대와 연결돼 있다.


카본우드 시대와 MOI

2022년 테일러메이드가 이전 카본 복합소재의 단점을 극복하고 열어젖힌 ‘카본우드’ 시대는 그래서 골프클럽 제조 역사에서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 받고 있다. 이후 다른 업체들도 카본을 드라이버 제조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스틸에 비해 티타늄은 45% 가볍고, 타티늄에 비해 카본은 40% 가볍다. 그러면서도 강하다. 아이언 제조에서 헤드 뒤를 파내는 캐비티 백에서 벗어나 헤드 안쪽을 파내는 제조 공법이 등장한 것도 잉여 무게를 채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고 이 모든 건 MOI 증가와 연결된다.

골프 용품업체들은 이미 2024년 신제품 출시 준비를 마친 상태다. 톱 플레이어들도 하나둘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전 세계 프로 골퍼 중 가장 멀리, 가장 똑바로 때린다는 평가는 받는 로리 매킬로이는 이미 실전에 신제품을 들고 나왔다. 2024년 드라이버 시장에서도 보다 멀리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보다 정확하게는 더욱 강조되고 있다. 좌우로 샷이 날리는 와이파이 구질로 고생하는 골퍼에게는 높은 MOI를 가진 드라이버가 게임의 재미를 더해주는 구세주가 될 지도 모른다.




핵심 정리

MOI란 무엇인가.

우리말로는 관성모멘트, 영어로는 ‘Moment of Inertia’의 약자다. 회전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려는 물체가 계속 회전하려는 크기를 나타낸 것이다. MOI의 단위는 제곱센티미터 당 그램(g/㎠)이다.

드라이버의 MOI를 높이는 방법은 무엇인가.

헤드는 크게, 무게 중심은 낮고 뒤로 배치하는 게 핵심이다. 드라이버의 크라운이나 페이스 등에서 무게를 ‘채굴’해 아래와 뒤로 재배치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높은 MOI는 골퍼에게 유리한가.

MOI가 큰 클럽일수록 빗맞은 샷에 대해서도 볼 방향의 안정성이 크고, 스피드 감소도 적다. 따라서 일반적인 골퍼들에게는 높은 MOI 클럽이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