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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연 끝내게 돼 민폐" 메모…자승스님 입적 당일 행적 드러나

인화물질 든 플라스틱통 2개 들고 칠장사 요사채 입실

유서 추정 메모 발견…"검시 필요없다" 당부 글도

극단적 선택 유력한 가운데 타살 가능성 등 경찰 수사

칠장사 요사채 화재 합동 감식 (안성=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30일 오전 경기도 안성시 칠장사 요사채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이 화재로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스님이 입적했다. 2023.11.30 [공동취재] xanadu@yna.co.kr (끝)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스님이 안성 칠장사 화재로 입적한 가운데 당일 행적이 드러나고 있다.

30일 경기일보와 경기남부경찰청 등에 따르면 자승스님은 지난 29일 오후 3시11분께 검정색 제네시스 차량을 몰고 칠장사를 찾았다.

이후 칠장사 주지스님을 만나 대화를 나눴고 요사채(스님이 거처하는 장소)로 향했다. 자승 스님은 오후 4시24분께 인화물질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플라스틱통 2개를 들고 요사채 안으로 들어갔다.

자승스님은 곧바로 다시 밖으로 나와 주차된 차량을 이동시킨 뒤 다시 요사채에 들어갔다.

오후 5시54분께 자승스님은 요사채를 나와 2분여 간 근방을 둘러본 뒤 요사채로 되돌아갔다. 자승스님은 오후 6시36분께 요사채 문을 열고 잠시 밖을 내다본 뒤 문을 닫았다. 7분 뒤인 오후 6시43분께 요사채에서 불길이 치솟았다고 경기일보는 보도했다.

자승스님은 이후 화재 진화를 위해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오후 9시40분께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자승스님은 조계종 33대와 34대 총무원장을 지낸 불교계의 주요 인사로, 서울 강남구 봉은사 회주를 맡고 있다.

경찰은 현장에서 자승스님이 차량에 남긴 2장 분량의 메모를 확보하고 이 메모가 자승스님이 쓴 것이 맞는지 필적감정에 들어갔다.

해당 메모에는 칠장사 주지스님에게 "이곳에서 세연을 끝내게 되어 민폐가 많았소"라며 "이 건물은 상좌들이 복원할 것이고, 미안하고 고맙소. 부처님법 전합시다"라고 전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검시할 필요 없습니다. 제가 스스로 인연을 달리할 뿐인데, CCTV에 다 녹화되어 있으니 번거롭게 하지 마시길 부탁합니다"라는 당부의 글도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자승스님이 스스로 입적을 선택했을 가능성을 주목하면서도 타살이나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 등 사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하고 있다. 정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 시신을 국과수에 의뢰해 형제 등 유족의 DNA와 대조할 방침이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은 30일 오전 11시부터 칠장사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17명으로 구성된 합동감식팀은 현장에서 화재원인을 살펴보고 정밀 감정에 필요한 잔해를 수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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