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4시 55분 경북 경주시에서 4.0 규모 지진이 발생하면서 전국에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국내 지진 규모가 내륙 기준 4.0 이상(해역 4.5 이상)일 때 전국에 재난문자를 보낸다. 내륙 기준 3.0~3.5 미만일 경우에는 발생 위치를 중심으로 반경 50㎞ 광역시도에만 3.5~4.0 미만일 때는 반경 80㎞ 광역시도까지 재난문자를 전송한다.
하지만 새벽 시간, 지진으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지역 주민들까지 긴급재난문자 알림을 받으면서 “전국 문자 발송은 너무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 모(25) 씨는 “경주에서 상대적으로 먼 서울은 흔들림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피해가 적은데도 굉음을 동반한 알람이 울려 잠이 깼다”면서 “결국 출근할 때까지 다시 잠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부산에서는 60대 남성이 경보음에 놀라 침대에서 떨어져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때부터 과하게 오는 재난문자 스트레스로 인해 아예 긴급재난문자 경보 알림을 꺼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상황이 이렇자 전국 긴급재난문자 발송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진과 관계없는 지역 거주자에게 큰 경보음을 동반한 재난문자를 보낼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또 우리는 지진 발생 시 방출된 에너지의 총량을 뜻하는 ‘규모’를 기준으로 삼는 반면 일본은 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의 정도를 나타내는 ‘진도’를 본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각 시도의 추정 진도를 바탕으로 특정 지역에만 긴급 지진 속보를 보낸다. 일본 기상청은 진도 4 이상 또는 장주기 지진동 계급 3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지진이 예상되는 지역에 긴급 지진 속보를 발표한다.
반면 현행 매뉴얼대로 긴급재난문자 발송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뒤따르는 여진에 대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날 규모 4.0 지진이 발생한 뒤 총 7회의 여진이 이어졌다. 여진 중 최대는 오전 5시쯤 발생한 규모 1.5 지진이다. 직장인 박 모(26) 씨는 “보통 지진은 한 번만 발생하는 게 아니고 더 큰 지진의 전조 증상일 수 있다”면서 “규모 4.0 정도면 꽤 큰 지진이라고 생각하는데 미리 대비하라는 의미로 지금과 같은 기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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