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전쟁 강제동원 희생자, 80년만에 고국으로

신원 확인 故 최병연씨 유해 봉환

4일 고향인 전남 영광서 추도식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세종시 대통령기록관을 방문해 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한미 동맹 70주년 기념 특별전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평양전쟁 당시 일제에 의해 강제 동원돼 숨진 고(故) 최병연 씨의 유해가 8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다. 우리 정부가 관련국과 협의해 직접 태평양 지역에 있는 강제 동원 피해자를 확인하고 봉환한 첫 사례다.

행정안전부는 3일 강제 동원 희생자 최 씨의 유해를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봉환한 뒤 4일 전남 영광 문화 예술의 전당에서 추도식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일제에 의해 강제 동원된 최 씨는 1943년 태평양 타라와섬(현 키리바시공화국의 수도)에서 벌어진 타라와 전투에서 희생당했다. 당시 전투에서는 6000명이 넘는 전사자가 발생했다. 미국 국방부 전쟁 포로 및 실종자 확인국(DPAA) 문건에 따르면 한국인 강제 동원자 1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정부는 2019년 미 DPAA가 발굴한 아시아계 유해에 대해 유전자를 교차 분석한 결과 최 씨가 한국인임을 확인했다. 최 씨의 유해는 태평양 격전지에서 신원이 확인된 유일한 한국인 유해다. 4년 만에 최 씨의 봉환이 이뤄진 것은 코로나19로 키리바시공화국 국경이 봉쇄됐었기 때문이다. 최 씨는 고향인 전남 영광으로 옮겨져 선산에 안치된다.

부친의 유해를 맞이하는 차남 최금수(81) 씨는 “지금이라도 선산에 모시게 돼 평생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드린 것 같아 더없이 기쁘다”고 밝혔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추도사에서 “강제 동원 희생자의 유해 봉환은 국가의 책무이자, 가슴 아픈 역사를 치유하기 위한 중요한 일이니 정부는 마지막 한 분의 유해를 봉환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