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인류가 처음으로 달을 밟았을 때 2000년대 쯤에는 달로 수학여행을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구 밖, 즉 우주로 나간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죠. 현재 민간인도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시대라고 하지만 그 비용이 천문학적인 액수인지라 그야말로 소수만 누릴 수 있죠.
밤하늘, 우주를 바라보면 그 곳을 여행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들겠지만 아직은 실행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당장 우주를 여행할 수는 없어도 내 이름을 우주에 보낼 수 있는 기회가 왔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2024년 10월을 목표로 추진 중인 목성 얼음위성 탐사선 ‘유로파 클리퍼’ 발사를 기념하는 행사의 하나로 탐사선에 자신의 이름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의 신청을 나사 홈페이지에서 받고 있습니다.
‘병 속 메시지(Message in a Bottle)’라는 이름으로 진행 중인 이 행사는 신청자의 이름과 함께 미국의 계관시인 아다 리몬의 헌정시를 마이크로칩에 담아 탐사선에 실어 보내는 것입니다. ‘병 속 메시지’ 신청 마감은 이달 31일입니다.
행사 웹사이트에 들어가 이름과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면 유로파와 목성 이미지를 배경으로 코르크마개 병 모양 속의 두루마리 종이에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이미지를 내려 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 의회도서관으로부터 24번째 계관시인 칭호를 부여받은 리몬은 이번 탐사를 위해 ‘신비를 찬양하며 : 유로파에 바치는 시(In Praise of Mystery: A Poem for Europa)’라는 제목의 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유로파 클리퍼의 목표는 목성의 위성 ‘유로파’ 얼음층 아래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바다에 생명체가 존재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나사가 행성이 아닌 위성 탐사만을 위한 탐사선을 보내는 것은 유로파 클리퍼가 처음입니다.
앞서 나사는 지난 2020년 화성 로버 퍼서비어런스와 2022년 달 궤도 왕복 우주선 아르테미스 1호 발사 때도 신청자들의 이름을 보내는 행사를 벌이고 가상 탑승권을 발급한 바 있습니다. 퍼서비어런스에는 1093만2295명, 아르테미스 1호에는 339만1122명이 자신의 이름을 올렸습니다.
나사는 “이번 병속 메시지 행사는 태양계와 그 너머를 탐사하는 우주선에 메시지를 실어 보내온 전통과 궤를 같이한다”며 “지구의 생명과 문화의 다양성을 알리기 위해 소리와 이미지가 담긴 타임캡슐을 보냈던 보이저호(1977년)의 골든 레코드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 모든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유로파 클리퍼는 현재 나사 제트추진연구소(JPL)에서 제작 중입니다.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 커내버럴우주군기지에서 발사될 이 탐사선은 26억km을 날아 2030년 목성 궤도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이후 탐사선은 목성 궤도를 돌면서 유로파 25km 지점까지 다가가는 등 약 50회 정도 유로파를 비행합니다. 탐사 비행을 하는 동안 다양한 과학 장비를 동원해 유로파의 얼음층과 그 아래 바다, 대기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예정입니다.
목성의 위성 가운데 하나인 유로파는 전체 지름이 3122km로 갈릴레이 위성(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발견한 목성의 4대 위성. 가니메데·이오·유로파·칼리스토) 중 가장 작습니다.
태양에서 멀리 떨어진 유로파의 평균온도는 영하 171.15도이며, 최고온도는 영하 148도, 최저온도는 영하 223도입니다.
표면이 얼음으로 된 유로파는 오래전부터 우주과학자들의 관심 대상이었고, 최근에는 더욱 주목 받고 있습니다. 이 위성에 생명체가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천문학자들은 유로파에 15~20km의 얼음층 아래에 지구 바다의 2배가 넘는 액체 상태의 지하 바다가 수십km 깊이에 걸쳐 있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만약 유로파에서 생명체가 발견된다면 지구는 우주에서 더 이상 외로운 행성은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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