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15일부터 소아를 포함해 비대면진료 허용 대상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의료계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4일 입장문을 통해 “보건복지부가 휴일 및 야간 진료 보완이라는 명목으로 대면 진료 기록이 없는 초진(첫 진료) 소아 환자에게 비대면진료와 처방까지 허용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근본적인 보완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소아청소년 진료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급성기의 간단한 증상이라도 위험성이 과소평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게 학회의 입장이다. 실제 환자에게 비대면 진료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 및 해결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가운데 정부가 진행을 서두르는 것도 문제라고 봤다. 보건복지부는 의사의 의학적 판단으로 비대면진료가 부적합한 환자를 거부할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급성기 증상을 호소하는 단계에서 문진만으로 비대면진료 적합 여부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어려우며,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학회는 “소아의 경우 문진만으로 급성기 증상의 원인을 확인하기 어렵다. 시의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대면 진료를 통한 신체검진과 진단검사가 필수적”이라며 “비대면진료 시 오진이나 진료 지연으로 인한 위험이 초래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일명 '소아과 오픈런'이라고 불리는 진료 대기 등에 의한 혼란의 원인이 비정상적인 수가체계와 고위험 의료 행위에 대한 법적 보호 미비에 있다고 봤다. 비대면진료를 확대가 아니라, 소아청소년과 진료인력 불균형을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학회는 정부를 향해 “안전성과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비대면진료의 성급한 확대를 추진하기 보다 국민 편의를 위한 1차 의료기관의 야간‧휴일 대면진료와 2‧3차 의료기관 응급의료센터 및 배후 입원진료 인프라를 확충하는 게 시급하다"며 "이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재정적 지원과 정책개선을 통한 근본적 문제해결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촉구했다.
현장에서 이번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확대에 반발하는 이유 중 하나는 복지부가 전문학회를 비롯해 의료계 주요 단체와의 협의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갑작스럽게 확대안을 발표했다는 점이다. 동네 병·의원을 운영하는 의사들은 비대면진료 확대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만큼, 시범사업 확대가 예고된 15일까지 이를 저지하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와 진료과별 의사회는 오는 6일 국민 생명권을 위협하는 비대면 진료 확대 철회를 요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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