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뇌전증(간질) 진단을 받도록 해 연예인과 운동선수 등의 병역 등급을 낮추거나 면제를 도운 혐의를 받는 브로커 구모(47)씨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6일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김윤희 판사는 병역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구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13억 7987만원을 명령했다. 군 수사관 출신인 구씨는 2020년 2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병역 신체검사를 앞둔 의뢰인 40여명과 짜고 허위 뇌전증 진단서를 병무청에 제출해 병역을 감면받게 하고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범행 대부분을 자백했다. 이날 구씨에게 병역 면탈을 의뢰한 혐의를 받는 박모(31)씨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상당한 준비 기간과 과정을 두고 치밀하게 계획돼 죄질이 나쁘다"면서 구씨가 ”병역 연기 방법을 알기 위해 찾아온 병역 의무자들을 적극 설득해 적게는 백만원부터 많게는 수천만원을 대가로 취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얻은 수익이 거액에 이르고 범행으로 성실하게 국방의 의무를 수행한 청년들은 상실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구씨는 의뢰인에게 병원에서 허위로 발작과 같은 뇌전증 증상을 호소해 관련 진료기록을 쌓도록 조언했다. 구씨와 접촉한 배구선수 조재성, 축구선수 김명준·김승준, 배우 송덕호, 래퍼 라비 등이 해당 수법을 활용해 병역 면탈을 꾀했다. 이들은 병역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상태다.
뇌전증은 뇌파나 MRI 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오더라도 환자가 지속해서 발작 등의 증상을 호소하면 진단 받을 수 있는 질환이다. 실제 뇌파 검사로 이상이 확인되지 않는 뇌전증 환자가 약 5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도 구씨와 같은 방식으로 병역 면탈을 도운 다른 브로커 김모(38)씨도 같은 법원에서 징역 3년과 추징금 2억 176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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