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대출 축소로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친 가운데 서울 집값도 약 7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주택 시장의 불확실성 확대로 매수 문의가 뚝 끊기며 노원·도봉·강북구 외곽 지역뿐만 아니라 서초·강남구 등 핵심 지역까지 집값이 내리며 서울 전체가 하락 전환했다.
7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4일) 기준 서울 집값은 0.01% 하락했다. 5월 넷째 주(22일) 상승 전환한 후 서울 집값은 29주 만에 떨어졌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향후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관망세가 짙어졌다”며 “매매가가 하향 조정된 매물 위주로만 거래가 이뤄지면서 서울 전체적으로 집값이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핵심 지역인 강남권에서도 집값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강남구는 0.05% 내리며 3주 연속 하락했고 지난주(0.04%)보다 낙폭도 커졌다. 서초구도 0.01% 떨어져 2주 연속 내렸다. 송파구는 보합을 기록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삼성 전용 59㎡는 지난달 16일 12억 원에 중개 거래됐다. 지난달 같은 평형이 17억 원에 거래됐는데 한 달도 안 돼 5억원이 하락한 셈이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7단지 전용 73㎡는 지난달 13일 22억 8500만 원에 손바뀜됐는데 3개월 전 거래가(24억 8000만 원)보다 2억 원가량 떨어졌다.
외곽 지역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강북구(-0.06%)와 노원구(-0.02%)는 5주째, 도봉구(-0.03%)는 3주 연속 내림세다. 금천구(-0.06%), 관악구(-0.04%), 구로구(-0.04%)도 약세였다.
강북구 미아동 두산위브트레지움 전용 84㎡는 지난달 14일 7억 3000만 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3개월 전(8억 1500만 원)보다 1억 원 이상 떨어진 가격이다. 강북구 미아동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올 초까지 집값이 하락하다가 다시 반등할 때 매수 분위기가 살아나는 듯했지만 최근 들어 아예 매수 문의 자체가 끊겼다”며 “갈아타기를 하려는 집주인들도 급매가 아닌 이상 매물을 다시 회수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매매가와 달리 서울 전세가는 아직 상승세를 유지 중이다. 서울 전세가는 이번 주 0.14% 오르며 29주 연속 상승했다. 상승 폭은 전주(0.16%)보다 줄었다. 성동구(0.26%)는 금호동과 하왕십리동 대단지를 중심으로 올랐고 송파구(0.26%)는 신천동과 잠실동에 있는 주요 단지가 상승을 견인했다. 동대문구(0.21%)는 전농동과 답십리동 위주로, 광진구(0.19%)는 광장동과 자양동 위주로, 구로구(0.18%)는 구로동과 개봉동 역세권 단지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상승했다. 학군지인 양천구(0.15%)를 포함해 강서구(0.15%), 용산구(0.15%) 등도 전셋값이 올랐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매매 수요 일부가 전세로 유입되고 있다”면서 “세입자들이 선호하는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일부 단지의 경우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가격 눈높이가 달라 가격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 외 지역도 매매가격 하락세가 이어졌다. 이번 주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0.01%내리며 지난주(-0.01%) 하락 폭을 유지했다. 수도권(-0.01%→-0.01%)은 하락 폭을 유지한 가운데 경기(-0.01%)는 지난주 보합에서 하락 전환했다. 인천(-0.07%→-0.05%)은 하락 폭이 소폭 줄었다. 지방(-0.02%→-0.02%)도 하락 폭을 유지했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정부도 ‘집값 조정론’에 힘을 싣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4일 기자 간담회에서 “10월 특례보금자리론이 부분적으로 마감되면서 큰 틀에서 봤을 때 평균적 흐름은 꺾였다고 보고 있다”며 “대출 축소 또는 규제, 고금리가 당분간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하방 요인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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