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머니의 공세 앞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자존심이 다시 한번 무너졌다. 올해 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에서 우승해 그린 재킷을 입었던 욘 람(29·스페인)이 LIV 골프의 블랙 점퍼로 갈아입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운영하는 LIV 골프는 8일(한국 시간) 공식 채널을 통해 그레그 노먼 커미셔너가 람에게 LIV 골프 점퍼를 입혀주는 사진을 공개하며 람의 영입을 발표했다. 람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LIV 골프에 합류하고 스포츠의 성장을 가져오는 새로운 것의 일부가 된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LIV 골프 이적이) 저와 저의 가족에게 좋은 기회이고 미래가 기대된다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이적 소감을 밝혔다.
남자 골프 세계 랭킹 1위에도 올랐던 람(3위)은 2022~2023시즌 4승을 포함해 통산 11승을 자랑하는 PGA 투어의 대표 스타 중 하나다. 올 시즌 다승왕으로 올해의 선수 후보에 올라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와 수상을 경쟁할 정도로 최고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람의 LIV 골프 이적설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금전적인 이유로 골프를 해본 적이 없다”며 PGA 투어 잔류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만 결국 천문학적인 계약금 앞에 뜻을 꺾었다. 지난달 타이거 우즈(미국)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주도하는 스크린골프 리그 TGL에서 발을 뺀 람은 거듭된 이적설에 침묵을 지킨 바 있다.
LIV 골프로 이적을 확정한 뒤 “솔깃한 제안을 받고 계약에 이르렀다”고 밝힌 람의 계약금은 매체마다 조금씩 달랐지만 애슬레틱스는 4억 5000만 달러(약 5900억 원)라고 보도했다. ESPN도 ‘3억 달러(약 3900억 원) 이상’이라고 전해 애슬레틱스의 보도를 뒷받침했다. 이 계약금은 지금까지 LIV 골프로 이적한 선수가 받은 최고 금액이다. 필 미컬슨이 받은 2억 달러(약 2600억 원)를 훌쩍 뛰어넘었고 더스틴 존슨과 브라이슨 디섐보(이상 미국)가 수령한 1억 5000만 달러의 3배에 이른다.
람의 이적은 LIV 골프와 합병을 포함해 PIF와 전면적인 동업을 결정한 PGA 투어에 큰 충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LIV 골프는 전성기가 지났거나 최근 PGA 투어에서 썩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한 선수를 주로 영입했지만 최근 PGA 투어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인 람을 영입하면서 힘을 키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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